교통사고보다 사망률 높은 ‘혈전’의 위험성을 아시나요?

교통사고보다 사망률 높은 ‘혈전’의 위험성을 아시나요?

기사승인 2014-10-13 11:32:55

바이엘 헬스케어는 10월 13일 ‘세계 혈전의 날(World Thrombosis Day)’을 맞아 한국을 포함한 20개 국가에서 혈전 질환에 대한 인식 정도를 조사한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혈전의 날은 국제혈전지혈학회와 바이엘 헬스케어가 혈전 질환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해 올해 제정했으며, 올해와 내년, 2년간은 대표적인 혈전 질환인 정맥혈전색전증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표된 혈전 질환에 대한 인식 조사는 지난 7월부터 8월,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호주, 멕시코, 중국, 일본 등 20개 국가에서 18세 이상 64세 이하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한국에서는 1000여 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 응답자들의 혈전 질환에 대한 인지 정도는 다른 국가 응답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으나 질환의 심각성이나 구체적인 위험 신호 및 증상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중 대표적인 혈전 질환인 정맥혈전색전증에 대해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한국인 응답자의 무려 72%가 정맥혈전색전증의 한 종류인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 중 적어도 하나의 질환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이 들 응답자 중 41%는 두 질환을 모두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개국 전체 응답자가 같은 질문에 답한 결과(35%)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그런데 이러한 혈전 질환에 대한 높은 인지 수준에 비해, 한국 응답자들은 혈전 질환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교통사고, 에이즈, 혈전질환, 유방암, 전립선암 중 생명에 가장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라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가 교통사고를 19%가 에이즈를 생명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라고 답했고 혈전이 가장 위험하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11%에 그쳤다(유방암 5%, 전립선암 3%, 기타 6%).

그러나 실제로 혈전 관련 질환은 서구사회에서 매 37초마다 한 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며 유럽에서 연간 정맥혈전색전증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교통사고, 에이즈, 유방암,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자수를 모두 합친 것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혈전 질환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혈전 질환의 증상에 대한 한국인 응답자의 인지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폐색전증의 자각 증상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10명 중 8명(83%)이 모른다고 답해 질환의 위험 신호 및 증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맥혈전색전증은 혈관 내부에 혈전이 생겨 혈관을 따라 이동하다가 정맥을 막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 중 다리 부위 등의 심부 정맥에서 혈전이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이고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생기는 것이 폐색전증이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장시간 앉아서 일하거나 장시간의 비행기 탑승 시, 또는 수술 후에 발생하기 쉽다. 심부정맥혈전증의 주요 증상은 다리 통증과 부종 등이 있으며, 정맥성 고혈압 및 궤양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심부정맥혈전증을 방치하면 폐색전증으로 발전하는데 혈전이 주요 장기인 폐의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에 급사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폐색전증의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흉부통증 그리고 빠른 심박동이 있고 일부 환자들은 각혈을 하기도 한다. 폐색전증은 처음 발병한 뒤에 다시 재발할 경우 치명적이다.

한편, 한국인 응답자들은 혈전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간단한 운동이나 신체적 활동(71%), 의료적 치료(12%), 건강한 식습관(8%)을 선택했다. 실제로 장기간의 부동자세 또는 좌식생활은 혈전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90분 동안 앉아있을 경우 무릎 뒤의 혈류가 반으로 줄고 혈전 생성의 위험은 2배로 증가한다.

이처럼 혈전 질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동과 같은 신체적인 활동이 중요하지만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건강행태 주요지표 추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생활 속 신체활동 실천율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2013년에는 2005년 대비 걷기를 포함한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실천율이 약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생활 속 신체활동 실천을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통계청 2012년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간 정맥염, 혈전정맥염, 정맥색전증 및 혈전증의 진료 인원은 약 34%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폐색전증의 진료 인원은 85% 이상 급증했다. 특히 정맥혈전색전증은 예방 가능한 입원 사망 원인 중 가장 흔히 발견되는 질환 중 하나이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흔한 심혈관 질환의 증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일반 대중들이 질환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고 예방 및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ju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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