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타임라인의 포식자가 등장했습니다. 개복치입니다. 거대한 바닷물고기 개복치가 아닙니다. 모바일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입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서는 ‘힘들여서 키운 개복치가…’라는 문구와 사인을 적은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개복치’ ‘돌연사’ ‘자연사’ ‘무료육성’은 12일 현재 SNS의 메인 키워드입니다. 모두 게임과 관련한 키워드죠.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일본산 모바일게임입니다. 지난달 25일부터 한글판을 서비스했습니다. 서비스 초기까지만 해도 반응은 잠잠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개복치를 육성하는 독특한 설정과 황당한 사인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를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은 해파리, 오징어, 새우, 정어리 등 먹이를 먹고 체중을 늘리면서 간단한 모험을 시도하는 단순한 방식입니다. 개복치가 죽지 않도록 육성하는 게 관건이지만 허무하고 황당한 내용의 사인을 보는 것도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입니다. 그럼 사인들을 볼까요?
“착수시의 충격: 개복치는 기생충을 떨쳐내기 위해 점프하지만 그 착수의 충격으로 가끔 죽는다.”
“바위를 피하지 못하고 격돌: 개복치는 거의 앞으로만 헤엄칠 수 있기 때문에 바위를 피하지 못하고 자주 부딪혀 죽는다.”
“오징어를 너무 먹었어: 개복치는 내장도 약해 정말 좋아하는 오징어를 너무 많이 먹어 소화시키지 못하고 죽는다.”
“바다거북이 너무 무서워: 개복치는 바다거북에게 충돌하는 것을 예감하고 패닉이 돼 호흡법을 잊어버려 죽는다.”
“물이 차가워서: 개복치는 맛있는 먹이를 찾아서 한 번에 심해로 잠수하지만 물이 너무 차서 쇼크사 한다.”
정말 이렇게 죽은 개복치가 많은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과학적 근거보다는 재미를 위해 적은 문구들로 보입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타임라인에서 볼 때마다 헛웃음이 새어나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개복치는 타임라인을 집어삼켰습니다. 이슈를 잡아먹는 모습이 게임 속 개복치와 닮았습니다. 패러디까지 나왔습니다.
“강제휴가: 갑(甲)사에서 우리 회사와 계약을 끊었다.”
“개발중단: 부장의 구상이 바뀌었다.”
“점심단식: 늦잠으로 택시를 타면서 점심을 먹을 돈을 모두 소진했다.”
“노상동사: 길에서 우연히 마주한 아름다운 여성 앞에서 얼어붙었다.”
현실 속 좌절을 게임 속 개복치의 황당한 사인으로 묘사한 패러디죠. 게임에선 개복치가 죽으면 재실행하면 그만이지만 현실에서는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네티즌의 재기발랄한 패러디가 게임 속 개복치의 사인처럼 마냥 허무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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