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우주 탐사선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착륙했다.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유럽우주국(ESA) 관제센터는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Rosetta)의 탐사 로봇 필레(Philae)가 12일 오후(세계 표준시 기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고 밝혔다. 2004년 3월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지 10년 8개월 만이다.
안드레아 아코마조 ESA 비행 책임자는 “필레가 표면에 도달했다는 착륙 신호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2005년 7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호의 충돌체를 혜성 템펠 1호에 충돌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혜성 표면에 탐사 로봇을 착륙시켜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자크 도르댕 ESA 사무총장은 “혜성 착륙은 우리가 제일 먼저 했다”며 좋아했다.
필레는 이날 오전 8시35분 모선인 로제타호를 떠나 약 22.5km를 낙하하고서 7시간 만에 혜성 표면 아질키아에 안착했다. 무게가 약 100㎏인 필레는 중력이 거의 없는 67P에 착륙함과 동시에 튕겨 나가지 않도록 드릴 장치와 작살을 이용해 표면에 몸체를 고정했다.
아질키아는 67P 혜성에서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역이라서 지난 9월 착륙 지점으로 확정됐다. 지구에서 5억1천만㎞ 떨어진 67P 혜성은 마치 고무 오리 장난감처럼 2개의 큰 덩이가 목으로 연결된 모습처럼 보여 ‘오리 혜성’이라고 불린다.
필레는 표면에서 30㎝가량 아래에 있는 토양을 채취해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등 최소 3개월가량 탐사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기온이 낮은 67P에서 얼마나 오래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예상이 어렵다. 필레는 2∼3일가량 자체 에너지를 이용해 작동하고 이후에는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으로 충전한다. 로제타호도 67P 궤도를 돌면서 혜성 관찰을 계속한다.
혜성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 형성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로제타호와 필레가 보내오는 자료는 태양계 진화 역사 및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로제타호는 2004년 지구를 떠나 11년가량 지구-태양 거리의 42배가 넘는 65억㎞를 비행해 67P 혜성에 도착했다. 항해 도중 2008년 9월 스타인스 소행성과 2010년 7월 루테시아 소행성을 근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자 2011년 6월 동면에 들어가 비행하다가 올해 1월 2년 반 넘는 동면을 끝내고 작동을 재개했다. 지난 8월에는 67P의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