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극장가 비수기다. 그런데 올해 한국영화는 유난히 더 험난해 보인다. 할리우드 SF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 독주는 멈출 줄 모른다. 여기에 ‘헝거게임: 모킹제이’ ‘퓨리’까지 합세했다.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들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22일 기준)에 따르면 ‘인터스텔라’가 개봉 17일 만에 600만 고지를 넘어섰다. 누적관객수 637만3627명을 기록했다. 영화는 개봉 이후 줄곧 70~80%대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여전히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는 관객들은 줄지어 아이맥스(IMAX) 상영관을 찾고 있고, 재관람 열풍은 거세다.
대항마로 나선 두 작품이 있다. 지난 20일 나란히 개봉한 ‘헝거게임: 모킹제이’(이하 ‘헝거게임3’)와 ‘퓨리’다.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들인 만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2, 3위 자리를 꿰찼다. ‘헝거게임3’은 토요일(22일) 관객 16만명을 추가해 누적관객 34만8304명을 모았다. ‘퓨리’가 뒤를 바짝 쫒고 있다. 이날 15만3000여명이 영화관을 찾아 누적관객수 31만8761명을 기록했다.
이들의 공세에도 ‘인터스텔라’는 건재하다. 수치는 살짝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점유율 55.9%다. ‘헝거게임3’는 16.3%, ‘퓨리’는 15.8%로 2, 3위들간 경쟁이 박빙이다. 세 영화 점유율을 합하면 88%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국영화 중에는 ‘카트’가 1위다. 하지만 점유율은 4.2%에 불과하다. 전체로 보면 ‘퓨리’에 이은 4위인데 차이는 엄청나다. 누적관객 62만2900여명을 모았지만, 20일 이후 일일 관객수가 크게 떨어졌다.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한국영화는 네 작품뿐이다. 5위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3.2%, 8위 ‘패션왕’은 0.4%다. 두 작품은 각각 7만1000명 57만9000명이 봤다. 상영 중인 한국영화 중 100만 고지를 넘은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10위에 이름을 올린 ‘빅매치’가 11월의 마지막 희망이다. 영화는 아직 정식개봉 전임에도 0.4%의 점유율을 보였다. 시장상황을 의식해선지 영화는 당초 계획보다 하루 앞당겨 26일 개봉을 결정했다. 이정재와 신하균이 출연해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배우로 변신한 가수 보아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를 끈다.
다음 기대작은 12월로 넘어간다. ‘덕수리 5형제’ ‘목숨’은 4일, ‘국제시장’이 17일 개봉한다. ‘국제시장’은 특히 ‘해운대’(2009)로 천만 관객을 모은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떠오르는 스타 김우빈이 출연한 ‘기술자들’(24일)과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등이 출연하는 ‘상의원’(개봉일 미정)도 주목을 끈다.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한국영화의 약세. 반전은 언제쯤 이뤄질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