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터스텔라’, 미국은 ‘헝거게임: 모킹제이’(이하 ‘헝거게임3’)다. 양국 영화 팬들의 선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같은 영화를 두고 나오는 다른 반응들이 흥미롭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일별 박스오피스(전날 집계) 순위에서 ‘인터스텔라’는 1위, ‘헝거게임3’은 4위에 올랐다. 순위 차이는 크지 않으나 매출액 점유율 차이는 상당하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인터스텔라’는 39.4%로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위 ‘빅매치’(22.4%)의 약 두 배다. ‘인터스텔라’보다 2주 늦게 개봉한 ‘헝거게임3’은 벌써 5.3%로 떨어졌다.
누적기록 차이는 더 크다. ‘인터스텔라’ 누적관객수는 841만4000명, ‘헝거게임3’은 78만7000명을 기록했다. 누적매출액은 각각 672억9000여만원, 58억9000여만원이다. 이미 10배가 넘는 차이가 나지만 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헝거게임3’은 이날 하루 1만4700여 관객을 들였다. ‘인터스텔라’는 9만5500여명이 봤다.
북미지역 성적은 정반대라는 점이 재밌다. 미국 영화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헝거게임3’은 개봉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11월 28일~30일)에만 5697만 달러(약 632억7600만원)를 벌어들여 누적매출액 2억2568만 달러(약 2506억6200만원)를 찍었다. 반면 ‘인터스텔라’는 1573만 달러(약 174억7100만원)를 추가해 총 1억4703만 달러(약 1633억600만원) 수입을 올렸다.
기록에서만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관람평에서도 온도차가 있다. 국내에서 ‘인터스텔라’는 인기는 대단하다. ‘흥행 돌풍’ ‘열풍’이라는 표현이 따라붙고 관객평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현재 외화 흥행순위 4위다.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반면 ‘헝거게임3’에 대한 국내 반응은 시들하다. 개봉 초기 9점대를 기록했던 포털 사이트 관객평점은 7점대로 뚝 떨어졌다. 시리즈물이라는 점은 오히려 함정이었다. 3편이 대단원의 마지막을 장식할 4편에 대한 예고편쯤으로 마무리됐다. 기승전결 중 ‘결’이 없는 구성은 적지 않은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인터스텔라’는 미국에서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왓컬처는 ‘인터스텔라’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중 최악의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매체는 “허술한 논리, 빈약한 캐릭터, 지루한 촬영, 강의식 메시지 전달” 등을 ‘인터스텔라’의 약점으로 꼽았다.
같은 영화를 두고 한국과 미국에서 다른 반응이 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비긴 어게인’(2014) ‘레드: 더 레전드’(2013) ‘월드워Z’(2013) ‘웜 바디스’(2013) ‘솔트’(2010) 등이 한국에서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성공을 거둔 ‘레고 무비’(2014)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2014) ‘토이 스토리3’(2010) 등은 한국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