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가 직영하는 진양호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곰이 사자를 공격해 다음날 사자가 죽은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7일 진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30분쯤 진양호 동물원에서 수컷 곰이 암컷 사자를 공격했다. 곰과 사자는 같은 우리에서 쇠창살로 생활구역만 분리된 채 사육됐다. 곰이 우리 내 쇠창살 쇠문을 통해 반대편으로 넘어가 사자를 덮친 것이다. 자물쇠로 잠겨 있던 쇠문이 녹슬어 약해지면서 곰이 걷어차자 부서진 것으로 알려졌다.
맹수끼리 싸움이 붙었다는 소식에 달려온 동물원 사육사는 두 동물을 떼어놓은 뒤 각각 격리시켰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출근한 사육사는 사자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자를 부검한 수의사는 “사자 나이가 20살이나 돼 최근에는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별다른 외상이 없고 내장에도 염증이 있어 노화로 인한 자연사”라고 결론 내렸다. 사육사 역시 “사자 어깨에 털이 좀 빠진 것 외에 특별한 외상은 없었고 퇴근할 때까지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사자가 자연사했다”고 진주시에 보고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사자가 죽기 전날 곰의 공격을 받았다는 내용은 빠져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진양호 동물원은 1986년 문을 열었다. 최근 별다른 투자나 시설보수 등이 없어 우리 곳곳에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