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예능 블루칩’ 성시경, 이대로 괜찮을까… ‘겨울’ 콘서트를 보고

[쿡리뷰] ‘예능 블루칩’ 성시경, 이대로 괜찮을까… ‘겨울’ 콘서트를 보고

기사승인 2014-12-08 01:31:55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방송가에서 가수 성시경(35)의 활약은 놀랍다. 무려 다섯 개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고, 본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혹자는 ‘제2의 전성기’라고도 한다. 승승장구하는 그를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성시경은 5~7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겨울’ 콘서트를 열었다. 전국투어로 진행돼 대전, 부산, 대구, 광주에서도 이어지는 공연이다. 티켓 예매가 열리자마자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등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첫 공연은 지난 5일 1만5000여 관객의 환호 속에 막이 올랐다. 마이클 부블레의 ‘워킹 인 어 윈터 원더랜드(Walking In A Winter Wonderland)’을 부르며 등장한 성시경은 ‘너의 모든 순간’까지 완벽한 오프닝 두 곡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환호했고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이어진 무대에서 문제가 생겼다. 성시경은 “‘아니면서’와 ‘한 번 더 이별’을 이어 부르겠다”고 예고한 뒤 노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반주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갑자기 세션 연주를 중단시켰다.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태프를 불러 몇 마디 얘기를 나눴다. 당황한 관중석엔 고요가 감돌았다.

이내 ‘아니면서’ 반주가 다시 시작됐지만 성시경은 또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성시경은 “제가 갑자기 떨려서. 이런 일이 잘 없는데”라고 말하고는 다른 노래를 먼저 불렀다. 거의 매 공연마다 선보이는 히트곡 ‘좋을 텐데’였다. 비교적 익숙한 이 노래를 무사히 마친 뒤에야 성시경은 안정을 되찾았다.


가사가 나오는 무대 위 모니터가 꺼진 게 문제였다. 첫 공연이었기에 더욱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시경은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면서 민망해 했다.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자신의 노래 가사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은 성시경에게 정말 드문 일이었다.

비슷한 실수는 6일 공연에서도 벌어졌다. 전날보다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었지만 ‘연연’에서 또 실수가 나왔다. ‘연연’은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OST로 쓰여 큰 인기를 끈 노래다. 기대어린 시선들 속에 노래가 시작됐지만 성시경은 또 일부 가사를 잊었다.

큰 무대에서 누구나 긴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데뷔 14년차 가수의 잇따른 가사 실수는 그만큼 준비가 부족했다는 얘기가 된다. 수많은 무대에 올랐지만 가사 소화에 있어선 거의 문제가 없던 성시경이기에 더욱 그렇다.

성시경은 jtbc ‘마녀사냥’을 시작으로 방송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머러스하고 털털한 성격으로 여성팬들은 물론 남성 시청자들에게까지 호응을 이끌어냈다. 인기가 높아지자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현재 성시경은 마녀사냥을 비롯해 jtbc ‘비정상회담’,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진행을 맡고 있다.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와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도 출연 중이다.

거의 매일 방송 프로그램 촬영 일정이 이어진다.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그럼에도 성시경은 음악적 욕심도 버리지 않았다. 이번 콘서트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시간을 쪼개 공연 준비에 힘썼는데 결국 작은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성시경은 최근 토이 신보에 참여해 타이틀곡 ‘세 사람’을 불렀다. 신예 권진아와 부른 듀엣곡 ‘잊지 말기로 해’도 발표했다. ‘잊지 말기로 해’는 오는 9일 발매되는 스페셜 앨범 ‘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의 선공개곡이다. 3년여만의 새 앨범 발매다. 그런데 ‘윈터 원더랜드’는 크리스마스 캐롤 등 10곡을 담은 리메이크 앨범이다. 이를 두고 일부 팬들 사이에선 다소 실망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성시경은 “2014년에 새 정규앨범을 내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갑작스럽게 스페셜 앨범을 냈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에 성시경은 ‘겨울’ 콘서트에서 “크리스마스 캐롤 앨범은 가수로 활동하면서 꼭 이루고 싶었던 일”이라며 “정규앨범이 아니라고 아쉽다는 반응은 좀 섭섭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내년(2015년)에는 꼭 정규앨범을 발매할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이후 팬사이트 등에는 그를 이해하고 격려하는 글들이 다시 올랐다. 바쁜 스케줄 중에도 앨범을 준비한 그에게 고맙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몇 차례 가사 실수를 제외하곤 성시경은 관객들에게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빼어난 가창력과 감미로운 목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온 몸이 부서져라 공연장 곳곳을 뛰어다녔다. 라이브로 처음 선보이는 신곡들도 구성에 넣었고, 다른 가수 히트곡들을 포함해 특별한 무대도 꾸미기도 했다.

공연 중 성시경은 “요즘 사실 ‘내가 뭐하며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며 “이렇게 관객들을 만난 시간이 오히려 휴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공연 내내 그는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비 오듯 땀 흘리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표정만큼은 밝았다.

3일 간의 서울 공연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인 8일 성시경은 ‘마녀사냥’ 녹화장으로 향한다. 일주일 내내 스케줄은 또 꽉 차 있다. 그리고 12일엔 대전으로 내려가 ‘겨울’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언제까지 이런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을까. 테니스로 단련한 강철 체력이라도 한계는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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