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적인 지원 아래 개관한지 이제 두 달입니다. 롯데그룹의 미래를 짊어진 제2 롯데월드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그간에도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심각합니다.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에 있는 수족관과 영화관 영업이 17일부터 중단됐습니다. 전날 내려진 서울시 명령에 따른 결정입니다. 지하 아쿠아리움에서 물이 샜고 5~10층에 마련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상영관에선 난데없는 진동이 일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방문객들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사고 이후에도 롯데는 정상영업을 계속했습니다.
영업정지 바로 전날엔 영화 ‘기술자들’ 언론시사회가 열렸습니다. 톱스타로 급성장한 배우 김우빈이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연말 기대작이기에 취재진의 관심도 뜨거웠죠. 세계 최대 스크린을 자랑하는 초대형관 수퍼플렉스 G관이 거의 다 찰만큼 많은 기자가 모였습니다.
그런데 몇몇 기자 사이에선 재밌는 얘기들이 오고갔습니다. “영화 보는데 상영관이 막 흔들리는 것 아니냐” “상영 전 나오는 비상시 대피요령 영상을 유심히 봐둬야겠다”는 말이었죠. “여기서 시사회 많이 열릴 텐데 걱정”이라는 얘기도 스치듯 들렸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웃으며 가볍게 나눈 대화지만 어쩐지 뼈가 담겨있습니다.
상영에 이어 기자간담회까지 진행됐습니다. 물론 별 탈 없이 마무리됐죠. 그런데 행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VIP시사회까지 열렸습니다.. 행사에 초청된 스타들과 그들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로 영화관 주변은 또 북적였습니다.
팬들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뭔가 찝찝한데 ○○○ 온다니 가야겠다” “△△△ 보러 어쩔 수 없이 간다”는 의견들이 많더군요. 내심 이해가 됩니다. 또 다른 사고 소식이 불안감을 키웠기 때문이죠. 롯데월드몰 8층 콘서트홀 작업장에서 일하던 직원 김모(63)씨가 추락사했던 겁니다.
잇따른 악재에 롯데는 설상가상입니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겠죠. 산업현장이나 공사장에 항상 붙어있는 표어가 떠오릅니다. 안전제일. 철저한 점검과 명확한 발표만이 신뢰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