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무로 영화는 이경영(54)이 나오는 영화와 안 나오는 영화로 나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이 출연한다는 얘기다. 이경영처럼 짧은 출연에도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들을 ‘명품 조연’이라 부른다. 이성민(46) 조진웅(38) 배성우(42) 마동석(43) 등이 있다. 여자 배우로는 라미란(39)이 독보적이다. 올해도 한국영화는 명품 조연배우들의 활약에 행복했다.
◆이경영,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스타
올해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는 이경영이 아니었을까.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는 물론 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수행했다. 영화 ‘제보자’에서는 황우석 박사를 모티브로 한 생명공학자 이장환으로 분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스님 땡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는 냉혈한 해적 선장 소마 역을 맡아 존재감 드러냈다. 특히 해적에서는 손예진과 대립 각을 세우며 긴장감을 더했다. 내년에도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달 ‘허삼관’ 개봉을 앞두고 있고 ‘은밀한 유혹’ ‘협녀, 칼의 기억’ ‘암살’ 촬영을 마쳤다.
◆이성민, 제2의 전성기 열다
이성민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우두머리 노사장 역을 맡아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또 ‘방황하는 칼날’에서는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된 아버지를 쫓는 형사로 열연했고 ‘빅매치’에서는 이정재 형 최영호로 나와 웃음을 줬다. 드라마 ‘미생’에서는 사람냄새 나는 상사 연기로 많은 공감을 사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 이경영’ 라미란, 독보적인 존재감
라미란은 코믹과 감동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배성우, ‘빅매치’에서는 이성민과 환상 호흡을 자랑했다. ‘국제시장’에서는 덕수 고모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워킹걸’ ‘피끓는 청춘’ 외에도 드라마 ‘마녀의 연애’ ‘막돼먹은 영애씨’ ‘아이언맨’에서 특유의 개성 있는 연기를 펼쳤다. 남자 배우들 속 활약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배성우, 오랜 기간 쌓은 내공이 빛을 발하다
배성우는 올해 이경영 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다른 조연배우들에 비해 분량이 많지 않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뽐냈다. SBS 배성재 아나운서의 형으로 유명한 그는 오랜 시간 연극배우로 활동하며 내공을 쌓았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빅매치’ ‘인간중독’ ‘몬스터’ ‘나의 독재자’ ‘신의 한 수’ 등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24일 개봉예정인 ‘상의원’에서는 마동석과 함께 웃음을 책임진다. 내년에도 ‘워킹걸’을 시작으로 ‘내부자들’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 등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믿고 보는 조진웅, 주연배우로 우뚝
조진웅은 어느새 주연배우로 우뚝 섰다. 올해 ‘우리는 형제입니다’ ‘끝까지 간다’와 ‘명량’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활약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김성균과 30년 동안 헤어졌다 극적으로 상봉한 두 형제로 출연했다.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로 제35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극중 한번 문 미끼는 절대 놓치지 않는 정체불명 목격자로 등장했다. 서늘한 목소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