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을 혹평했다.
진중권은 31일 트위터에 “인터스텔라 보러 갔다가 표가 없어서 국제시장을 봤는데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고 그냥 그럭저럭 얼추 꼴을 갖춘 신파였다. 그걸 보고 웬 난리들인지”라고 남겼다.
이어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 듣기 힘든 영화임에는 분명하나 7번방의 선물과 같은 영화를 1000만 명이 넘게 봐주는 나라에서 이런 영화에 관객이 많이 드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라며 “산업화 시대의 아버지라는 신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느냐 나름 진지하게 다룰 가치가 있는 주체인데 감독은 정면승부 대신에 우리세대라면 자라면서 지겹게 들었을 이야기를 썰렁한 개그와 싸구려 신파로 재포장해 내놓는 길을 택한 듯”이라고 적었다.
진중권은 “그것을 보고 감독을 먹었다면 그걸로 된 거고 그걸 보고 역겨웠다면 그걸로 된 것”이라며 “문제는 영화에 대한 평가에서까지 국론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일부 모지리들의 70년대 멘탈리티”라고 지적했다.
특히 “태종대든 자갈치시장이든 다음 영화 찍을 때는 고민 좀 하고 만드시기를”이라며 “아버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 게 아니라 실은 공치사를 보낸 것이다. 그 세대가 한 고생을 아주 값싸게 영화적으로 한 번 더 착취해 먹었다고 해야 하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평가해줄 만한 장면이 있다면 싸우다 말고 국기에 경례를 하는 장면”이라며 “거기엔 모종의 리얼리즘이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영화에 열광하는 이들은 거기서 애국심을 보고 감동을 해대니 대한민국에서 감독질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시장은 6.25전쟁 때 아버지를 잃은 뒤 가장이 된 덕수(황정민)가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진보·보수 이념 논쟁이 일고 있지만 개봉 12일 만에 400만을 돌파하며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