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포르민의 발목을 잡아온 젖산산증(lactic acidosis) 관련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되면서 만성신장질환(CKD) 환자에서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적 부작용인 젖산산증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지만 치명적이기 때문에 그동안 CKD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돼 왔다.
최근 국제 유수저널에 게재된 2편의 논문과 올해 1월 업데이트된 미국당뇨병학회(ADA)·유럽당뇨병학회(EASD)의 제2형 당뇨병관리 공동성명서는 모두 '경증 및 중등도 CKD에서 메트포르민의 처방이 안전성 측면에 무리가 없으며 젖산산증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현재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를 기준으로 투약 중단시점을 정하고 있어 처방이 불필요하게 억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CKD 환자의 신장기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구체여과율(eGFR)에 가중치를 두고 이 역시 중단 기준점을 완화해야 된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FDA 경고문 반박 연구 잇따라…현실적 처방기준 요구
199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메트포르민을 승인하면서 젖산산증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문을 삽입했다. 여기에는 앞서 시장에 출시됐던 약물인 펜포르민(phenformin)의 영향이 컸는데, 메트포르민과 동일한 비구아나이드 계열 약물인 펜포르민이 젖산산증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논란과 함께 1977년 시장에서 철수됐기 때문.
더불어 당시엔 메트포르민이 약물대사와 관련해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당뇨병 전문가는 이러한 FDA의 블랙박스 삽입 배경이 너무 보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즉 충분한 근거도 없이 같은 계열 약물이라는 점을 감안해 경고문을 넣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대목은 이러한 FDA의 제제조치에도 불구 현재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경증 및 중등도 CKD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의 용량을 적절히 감량해 처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ADA·EASD, ""eGFR 30mL/min 미만일 때만 중단""
이와 관련 올해 1월 ADA와 EASD가 발표한 '제 2형 당뇨병의 관리 2015: 환자 중심적 접근' 업데이트에는 초치료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사용에 대한 내용이 추가됐다(Diabetes Care 2015;38:140-149).
공동성명서는 메트포르민이 신장 안정성에 대한 근거들이 축적됐음에도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남성 1.5mg/dL, 여성 1.4mg/dL 이상이면 사용금기에 해당돼 처방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의료진이 eGFR이 45~60mL/min/1.73㎡ 미만에서도 환자의 신기능을 고려해 메트포르민의 용량을 조절, 처방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투약 중단의 한 가지 기준은 'eGFR이 30mL/min 미만인 경우'라고 기술했다.
◇""젖산산증 유발?""…근거 부족
FDA의 입장을 반박하는 2편의 연구결과도 최근 공개됐다. 먼저 JAMA 2014년 12월 2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미국 예일대 Silvio E. Inzucchi 박사팀의 연구는 총 65개의 논문을 평가한 결과 경증 혹은 중등증 CKD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의 확대 사용을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JAMA 2014;312(24):2668-2675). 단 이들에서 eGFR을 예의주시하면서 투약 용량을 적절히 감량할 것을 전제했다.
더불어 그동안 부작용 관련 연구가 전무한 것은 젖산산증이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합병증이기 때문에 대규모 환자를 모아야 하는 무작위대조군(RCT) 연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Arch Intern Med 1월 5일자에 게재된 코넬대병원 James Flory 박사팀의 연구도 메트포르민의 처방과 관련해 젖산산증 위험도는 증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미국보건영양조사(NHANES)를 분석한 결과 메트포르민의 처방은 eGFR이 90mL/min 이상인 환자는 약 90%, 60~90mL/min에서는 80%, 30~60mL/min는 48~57%까지 사용률이 감소했는데, 눈에 띄는 점은 메트포르민의 사용이 제한된 eGFR 30mL/min 미만에서도 해당 환자의 18%는 문제 없이 메트포르민을 복용했다는 것.
결국 CKD에서 메트포르민의 투약 제한은 치료 혜택과 환자 관리를 위해서라도 향후 재논의가 절실하다는 게 학계의 입장이다.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국내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하면서 ""이미 진료현장에서는 중증 CKD 환자를 제외하고는 신기능을 고려해 메트포르민의 용량을 적절히 감량해 왔던 만큼 현실에 부합하는 기준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원종혁 기자 jhwon@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