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최근 '흰색과 금색이냐' vs '파란색과 검은색이냐'를 두고 전 세계 인터넷에 들끓었습니다. 어떻게 보이든 정상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왜'라는 의문을 가진 이들은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스코틀랜드 출신 가수 케이틀린 맥네일이 자신의 텀블러를 통해 한 장의 드레스 사진을 게재하며 촉발된 드레스 색깔논쟁은 이틀 내내 이어졌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분명 같은 사진을 봤는데, 서로 다른 색깔을 말하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죠.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지만 논쟁이 벌어진 과정은 평화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자신이 보는 색깔을 옳은 것이라고 여기고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말이 오가는 통에 격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고, 특히 ""야맹증이 있거나 어두운 곳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사진을 흰색과 금색으로 볼 것""이라는 추측이 퍼지면서 일부는 자신이 야맹증에 걸린 것은 아닌가 걱정해야 했습니다.
반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인가' 궁금해 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몇몇 기자들은 안과 전문가들을 찾아 물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두운 곳에서 희미한 빛을 감지하는 관상세포와 밝은 곳에서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있는데, 서로 작용하는 정도가 달라 개인차가 벌어진다""고 답했습니다. 어려운 단어가 반복돼 이것으로 납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인지과학자들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똑같은 물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사물이라고 할지라도 빛의 파장(색)을 인지하는 정도는 100명이면 100명 모두 다르다고 운을 뗐습니다.
과학계의 설명을 요약하면 ""드레스가 어두운 실내에서 찍혔다고 여겨 파란색을 일종의 역광의 그림자로 판단한 사람들은 흰-금으로 보게 되고, 드레스가 바로 앞에 있는 인공조명에 찍힌 것이라고 판단해 파란색을 강하게 인지한 사람들은 검-파로 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색의 항상성’이라는 단어가 언급됐습니다. 우리의 뇌는 어떤 물체가 가진 본래의 색을 각자의 방식으로 예측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입니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서로 다른 파장의 색을, 그리고 조명이 어떠냐에 따라 계속 바뀌는 색을 모두 각각 다른 색으로 인지한다면, 뇌가 저장해야 하는 정보의 용량이 늘어나 감당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이렇게 진화해왔다고 설명합니다. 환경이 변하더라도, 빛의 세기와 주변의 상황이 바뀌더라도 사물의 색을 빠르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착시현상을 다룬 사진이 몇 개 제시됐습니다. 원뿔의 그림자가 졌느냐, 아니냐에 따라 밝은 회색, 또는 검은색으로 보이는 바닥판 사진과 배경 색에 따라 색종이의 색깔이 달라 보이는 사진 등입니다. 특히 색종이의 경우 같은 색임에도 불구하고 한 장은 짙은 하늘색으로, 다른 한 장은 분홍색으로 보여 신기했습니다.
과학계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마다 제각각 약간씩 다르게 외부세계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드레스 논쟁처럼 같은 색을 보고도 다르게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여기에 주관적 해석까지 곁들어진다면 어떨까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란 말도 100% 믿을 말이 못 된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