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킹스맨’ 韓팬들 고맙다는데 왜 자꾸 화가 나는 걸까

[친절한 쿡기자] ‘킹스맨’ 韓팬들 고맙다는데 왜 자꾸 화가 나는 걸까

기사승인 2015-03-11 19:12:55
사진=영화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한국영화가 맥을 못 추는 최근 극장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국 신사들의 ‘수트 액션’이 일품인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입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15일째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5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죠.

한국에서 이런 뜨거운 반응이 일줄 제작진조차 예상 못 했을 겁니다. 북미에 이은 세계 2위 흥행을 기록하다니요. 원작자부터 감독, 배우까지 연일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11일 트위터에 “한국 팬들의 놀라운 성원에 감사하다”는 글을 남긴 배우 태론 에거튼(에그시 역)은 매튜 본 감독과 함께 영상메시지까지 남겼습니다.

영상에서 그는 “짧지만 꼭 얘기하고 싶었다”며 “좋은 성적을 거둔 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사랑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매튜 본 감독은 한술 더 떴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제작되는 훌륭한 영화들을 보며 더 나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다”면서 “한국이 없었다면 ‘킹스맨’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까지 얘기했죠. 립 서비스라고 생각해도 황송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한국 팬들 반응은 영 시큰둥합니다. 아니, 그 표현으론 모자라네요. 섭섭함과 서운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다수입니다. 잔뜩 화가 난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앞서 주연배우 콜린 퍼스(해리 하트 역)가 영화 홍보 차 중국을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중국 개봉을 앞두고 23일 베이징에 방문한다는 겁니다. 행사는 아시아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엇? 이게 뭔가요. 방문 계획에 바로 옆 나라 한국은 쏙 빠졌습니다.

어떤 보상을 바라고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한국 관객들의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국내 홍보사 측은 “내한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은 상황인데 자꾸 “고맙다”고만 합니다. “말로 때우려는 건가” “한국 팬들은 무시하나”라는 반응들이 터져 나온 이유입니다.

내한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선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개봉한지는 이미 한참 지났고 기대 이상의 흥행까지 거둔 영화에 이런 돈을 들일 일은 만무합니다. 배급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측의 이런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더구나 영화가 흥행했다고 꼭 ‘보답’을 해야 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요.

다만 앞서 나온 배급사 관계자 발언이 불만을 키웠습니다. 배급사 측은 또 TV리포트와의 통화에서 개봉 전 국내 내한을 추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콜린 퍼스를 비롯한 배우들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탄할 노릇입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의 마크 다시를 무시하나요. ‘영국 꽃중년’ ‘수트빨 지존’으로 불리며 숱한 여성 팬들 마음을 울리는 ‘영원한 오빠’인데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영상에서 태론 에거튼은 “(한국에) 직접 못가 너무 죄송하지만 대신에 여기서 (감사)인사를 드리겠다”며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에그시’의 사과까지 받았는데 이쯤에서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활짝 웃는 그의 얼굴이 못내 서운합니다.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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