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포천 제초제 살인 전모 밝힌 의사 ‘홍세용’ 교수

[화제의 인물] 포천 제초제 살인 전모 밝힌 의사 ‘홍세용’ 교수

기사승인 2015-03-15 10:04:55

과학수사 지향하는 수사당국과의 공조 노력 결실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자칫 미궁에 빠져 범인을 놓치고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던 살인사건의 전물을 밝혀낸 의사가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최근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했던 포천 제초제 살인사건으로, 미궁에 빠져 있던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천안의 모 대학병원 교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5일 순천향대 천안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농약중독연구소 홍세용 소장이 경찰 등 수사당국에 2편의 자문서와 수많은 조언을 제공해 살인 용의자의 인면수심 살인행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경기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순천향대 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를 찾았다. 당시 독극물 중독과 관련 홍 교수가 전문가라는 판단에 방문한 것것, 수사당국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고의적인 살인 혐의점은 포착했지만, 객관적인 물증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잔뜩 싸들고 온 진료기록을 홍세용 교수 앞에 풀어 놓고, 독극물 중독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다. 수도권 대형 종합병원에서 발급한 세 사람의 사망진단서. 사망 원인은 모두 비 특이적인 폐렴이었다.

홍 교수는 당시 관련 기록을 꼼꼼히 살피며 그들의 사망 원인이 제초제 파라콰트 중독일 가능성이 높고, 특히 두 번째 남편은 치사량 이하의 제초제를 여러 번 반복 음독했을 것이라는 자문서를 작성했다.

이후 홍세용 교수 자문으로 농약을 이용한 살인의 확신은 얻었지만, 용의자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없어 경찰관들에겐 막막한 상황은 변함없었다. 이미 두 사람은 화장했고, 나머지 한 명도 매장한지 1년 6개월이 경과했기 때문. 이에 홍 교수는 해장된 시신의 부검을 경찰에 권유했다.

홍 교수는 “틀림없이 부검하면 나온다. 그 약은 다른 농약과 달리 사체 내에서도 오랜 기간 형태를 유지한다”는 조언을 했다.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경과한 시신이라 성분 검출에 실패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경찰관들에게 홍 교수는 “분석할만한 폐 조직이 남아 있지 않다면, 시신의 폐 부위 아래 흙을 조사해도 나온다”며 확신을 줬다.

이후 수사당국은 어렵사리 검사지휘를 받아내 부검을 실시했고, 홍 교수의 말처럼 시신의 폐를 비롯한 몇몇 검체에서 강력한 제초제 ‘파라콰트’ 성분을 찾아냈다. 이로써 제초제를 이용한 독살은 증명이 된 것이다.

이제는 누가 농약을 먹였느냐를 밝혀야 했다. 경찰관들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었다. 때마침 용의자의 딸이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폐렴 치료를 받았고, 홍 교수에게 관련 진료기록이 전해졌다.

홍 교수는 딸의 병증이 이미 사망한 의붓아버지의 증상과 매우 유사함을 발견하고, 추적 관찰을 조언했다. 2015년 2월 초 딸이 또 다시 같은 병원에 폐질환으로 입원했고, 이번에도 홍 교수는 경찰들이 전해준 진료기록을 검토해 파라콰트 중독임을 확인해 준다.

거의 동시에 이어진 국과수 조사에서
딸의 혈액과 소변에서도 파라콰트가 검출된다. 이렇게 해서 용의자는 2월 27일 전격 검거됐고, 명확한 증거들을 피할 수 없었던 용의자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추진력을 제공하고, 살인의 전모를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다름 아닌 농약 등 독극물 중독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홍 교수의 조언과 장문의 자문서 두 편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사건이 알려지자 안타깝게도 추측성 보도와 사실과는 다른 보도들이 이어졌다. 수사당국과 홍세용 교수의 긴밀한 공조가 간과되고, 중요한 사실이 호도된 것이다. 사건 전모가 마치 피해자 가족들의 제보와 머리카락 성분분석에 의해 밝혀진 것이라는 잘못된 보도로, 사회정의를 위해 불철주야 수고를 아끼지 않은 경찰관들과 사명감으로 수사당국을 도왔던 홍 교수를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머리카락 성분 분석으로는 농약중독 사실을 알아낼 수 없다. 근거 없는 소리다. 검증 없이 잘못나간 기사들은 자칫 엉뚱한 결과를 유발 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많은 이들이 병원에 오면 머리카락 검사를 통해 농약중독이 진단될 수 있다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세용 교수는 “이번 일로 인해 앞으로 만성 농약중독 진단을 위해 사람들의 애꿎은 머리카락들이 잘려나갈지도 모른다”며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언론보도만큼은 사실과 진실을 담아야 우리 사회가 길을 잃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songbk@kukimedia.co.kr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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