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에게 배웠나… 안전 앞장서겠다는 롯데시네마의 ‘유체 이탈 홍보’

朴대통령에게 배웠나… 안전 앞장서겠다는 롯데시네마의 ‘유체 이탈 홍보’

기사승인 2015-04-23 10:46:55
국민안전저 이성호 차관(왼쪽)과 롯데시네마 차원천 대표.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제2롯데월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은 현재 4개월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월드타워점 14관 상영관에서 진동이 느껴진다는 관람객들의 항의가 제기되자 월드타워점 전체에 대해 영업중단 조치를 내렸다. 대한민국 대표 멀티플렉스를 자처하며 ‘세계 최대 스크린’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의 결정체’라던 자신감은 산산조각이 났다.

관객들이 영화 상영 도중 뛰쳐나올 정도로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했다면 서울시 안전점검에서 최종 OK 사인이 나올 때까지 자숙하고 있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 롯데시네마는 인내심이 없다. 사과에는 인색하고 홍보 욕심은 과하다. 만신창이 신세인 제2롯데월드를 다루는 롯데물산이나 이병헌 파문으로 인해 영화 ‘협녀, 칼의 기억’ 개봉 날짜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롯데엔터테인먼트나 프로야구 선수들을 CCTV로 사찰한 롯데자이언츠 등 모두 마찬가지다.

22일 롯데시네마는 국민안전처와 안전문화 사회공헌 활동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놨다. 문 닫은 월드타워점 언급은 없다. 상부상조가 핵심이다. 국민안전처는 롯데시네마 안전문화운동을 지원하고, 롯데시네마는 국민안전처의 국가안전대진단을 돕는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탄생한 국민안전처가 안전 문제로 홍역을 치르다 간판까지 내린 기업에게 국가안전대진단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셈이다.

롯데시네마의 낯 두꺼운 보도자료에 관한 의문은 이날 오후에서야 풀렸다.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은 국회에서 열린 ‘싱크홀 안전대책 당정협의’에서 “서울시에서 다시 한 번 최종 점검을 끝내고 아마 (월드타워점) 사용 승인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무협약 첫 날부터 국민안전처와 롯데시네마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모양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게이트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 사의 표명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말했다.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다. 박 대통령이 치른 대선과 직접 관련된 사건임에도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말해 ‘유체 이탈 화법’이란 비판이 나온다. 안전 문제로 폐쇄된 상황에서 안전에 앞장서겠다는 롯데시네마의 다짐이 ‘유체 이탈 홍보’로 들리는 이유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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