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화혈색소 역할 둘러싼 찬반논란

당화혈색소 역할 둘러싼 찬반논란

기사승인 2015-05-14 16:25:55
"당뇨병 진단기준으로 적절 vs 진단 기준치 먼저 분명히 해야

◇혈당상태 파악 편리하고 정확히 반영한다는 의견…'우세'

과거에는 당화혈색소의 측정법이 표준화되지 않았고, 측정의 정확도가 낮다는 이유로, 당뇨병 진단기준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후 2009년 국제전문가위원회가 당화혈색소가 장기적인 혈당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당뇨병 합병증 위험도와 좋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히면서 당화혈색소 역할이 다시금 부상했다.

위원회는 이를 종합해 당화혈색소가 혈당 측정보다 안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당화혈색소 6.5%이상을 당뇨병의 진단기준 중 하나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 기준은 2010년 1월 미국당뇨병학회(ADA) 진료지침에도 반영됐다. ADA는 당화혈색소가 5.7~6.4%이면 향후 5년 안에 당뇨병 위험이 '매우 높고' 5.5~6.0%이면 당뇨병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권했다.

위의 권고사항들이 발표된 이후, 당화혈색소 사용 찬성에 한표를 던지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됐다.

즉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신병증, 당뇨병의 미세혈관 합병증 발생이 당화혈색소 6~7%부터 증가한다는 사실[Diabetes Care 1997;20(7):1183-97] 외에도 당뇨병 진단에 있어 당화혈색소 사용이 적절함을 뒷받침해줄만한 근거들이 나온 것.

2010년 존스홉킨스 블룸버그보건대학 Elizabeth Selvin 교수팀이 1만 1092명 대상으로 시험을 했다. 그 결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5% 미만, 5~5.5%, 5.5~6.0%, 6.0~6.5%, 6.5% 이상일 경우, 당뇨병 발병 위험도가 각각 0.52배, 1.00배, 1.86배, 4.48배, 16.47배 증가했다[March 4, 2010 NEJM]. 이는 당화혈색소가 공복혈당만큼 당뇨병 위험도를 보여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2014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대 Nataly Lerner 박사팀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냈다. 1만 201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22.5%가 당화혈색소 검사 후 5~8년 사이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European Journal of General Practice, Jan 2014].

8일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가천의대 김병준 교수(길병원 내분비내과)는 ""당뇨병의 진단기준이 당뇨병의 합병증 발생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고 합병증 발생이 장시간 혈당조절 정도와 관련이 있다면, 한번의 혈당 검사보다는 장시간 혈당 조절의 나타내는 수치인 당화혈색소가 더욱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또 ""진단을 내리는 기준 수치에 관한 인종간의 차이에 관해 조금의 반론은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당화혈색소 6.5%, 과연 적절한 진단기준인가?

김 교수의 말 처럼 진단 기준에 따라 당뇨병의 유병률이 달라질 수 있고 당뇨병으로 진단되는데 대상자들의 특성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어 반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당화혈색소를 이용해 당뇨병을 진단하는데 있어서 어떤 것들이 제한점으로 작용할까?

미국 미시건 대학 Herman WH 교수는 당화혈색소 값을 진단기준으로 채택할 경우 혈색소병, 임신여부, 만성신장 질환 등의 여러가지 제한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종 간의 차이를 가장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연구팀이 총 3819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백인에 비해 흑인과 스페인계, 미국 인디언, 아시아인들의 당화혈색소가 높았음을 확인했다[Diabetes Care. 2007 Oct;30(10)]. 영국 뉴크로스병원 Likhari T 박사팀 역시 분석결과 남아시안의 당화혈색소 값이 백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Diabet Med. 2009 Oct;26(10)].

또한 당화혈색소는 연령이나 혈색소의 생존기간, 인종에 따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서양인을 대상으로 마련한 기준이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의문점을 파악하기 위해 2010년 건양의대 정장한 교수팀이 당화혈색소 6.5% 이상이라는 기준이 한국 성인에서 당뇨병 진단에 적용 가능한지 살펴봤다.

연구팀이 75g 경구당부하검사 및 당화혈색소를 시행한 1474명을 무작위로 추려내 연구한 결과, ADA에서 권고한 당화혈색소 6.5%이상과 차이를 보였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해 당뇨병을 진단하기 위한 값은 6.75%였던 것이다[Korean J Med 2010; 79(6): 673-680].

연구팀은 ""인종 간 또는 문화 간의 차이 등으로 달라질 수 있는 당화혈색소의 특징을 고려해 6.5% 이상이라는 기준보다는 한국인에게 적용하기 위한 적합한 값을 구하기 위해 당뇨병의 합병증에 관한 대규모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조선의대 내분비내과 김상용 교수도 ""경구당부하검사에 비해 측정이 간편하고 혈장의 포도당과는 다르게 체혈 이후 안정적이고 비교적 오랜기간 병동없이 유지돼 진단기준으로 충분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당화혈색소만으로는 실제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수없고, 혈당 외에 빈혈 등이 측정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측정치를 개별화하고 명확하게 할 필요성은 있다""고 조언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미라 기자 mrpark@monews.co.kr"
송병기 기자
mrpark@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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