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신경숙에서 박근혜, 창비에서 대한항공이 떠오르다

[친절한 쿡기자] 신경숙에서 박근혜, 창비에서 대한항공이 떠오르다

기사승인 2015-06-18 12:25:56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한국 문단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독자들의 충격도 큽니다. 문단계의 ‘거목’이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행보를 걸어온 신경숙(52) 작가가 ‘표절 의혹’에 휘말렸죠.

이응준 시인 겸 소설가는 최근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기고문에서 신 작가의 단편소설 ‘전설’(1996)의 일부 문단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소설 ‘우국’(1983)의 일부 문단을 표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두 문단은 일부 문장들의 동일함을 넘어 소재 배열까지 같습니다.

여기에 신 작가와 출판사 ‘창작과 비평’(창비)의 입장과 해명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자신들의 이 불명예스런 이슈에 그나마 ‘관심을 덜 가져주던’ 대중을 더욱 자극해 버렸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는)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이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 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신경숙)

“두 작품의 유사성은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몇몇 유사성을 근거로 표절을 운운하는 건 문제가 있다”(창비)

신 작가의 입장 중 ‘우국을 본 적이 없다’는 건 그가 끝까지 주장하면 어쩔 수 없고, 정말로 과거에 읽은 적이 없는지 검증하기도 불가능하니 논외로 치겠습니다. 하지만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라는 부분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지금 이 순간 대중, 특히 신 작가의 작품들을 읽은 수백만의 독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바로 ‘진실’입니다. 표절이 아니라고 피력하기 위해 신 작가가 나서야 할 1순위는 작가적 양심과 철학으로 무장한, 세밀하고 적극적인 입증과 반박 작업을 내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너희들이 아무리 인정이나 증명을 원해도 어쨌든 난 그런 적 없고, 밝히는 것 여부가 중요하지도 않다’는 식의 무성의한 일성(一聲)으로 마무리 하려는 태도는 독자들에겐 단순히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주는 처사입니다.

‘역병(疫病·메르스)’의 두려움에 휩싸인 국민들은 초기 대응 미숙을 인정하고 사태 해결의 첨병으로 나서는 자세를 보고 싶어 하는 와중에, (계속되는 여론과 언론의 따가운 시선에 결국 안 갔지만) 방미(訪美)를 고집하거나 확산의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민간 병원(삼성서울병원)의 원장을 따로 불러내 ‘사과를 받고 있는’ 어떤 국정 최고 책임자(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스타일이 떠올랐다면 저만의 억지일까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건 창비의 해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 언제부터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문장 하나 하나가 작가적 고뇌의 산물인 문학작품의 표절 여부를 나누는 기준점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인문정신의 표상이라는, 수십 년 간 쌓아온 출판사의 명성을 ‘신경숙’이라는 ‘브랜드 파워’ 혹은 ‘상업적 무기’를 비호하기 위해 한 번에 날려버리는 것 같은 느낌에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창비는 ‘땅콩 회항’ 초반 당시 사건의 진실과 직원의 인권은 외면한 채, 오너 일가의 장녀(조현아 전 부사장)부터 감싸고 보는 ‘이상한 사과문’을 냈다가 문제를 ‘조현아’에서 ‘조현아와 대한항공’으로 ‘셀프 확산’을 시켜놓은 대한항공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 성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지위나 힘, 명성을 가진 이들이 진실에 대한 규명보다는 외면을, 반성과 성찰보다는 독단과 자기기만을 앞세우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또’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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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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