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서 삼성까지…벌처펀드 공격받은 기업 어딜까

SK에서 삼성까지…벌처펀드 공격받은 기업 어딜까

기사승인 2015-07-06 17:10:55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타이거펀드의 SK텔레콤 공격을 시작으로 소버린자산운용, 헤르메스, 아이칸, 론스타 등 해외의 굵직한 벌처펀드들은 한 차례 이상 국내기업들을 공격 대상에 올렸다.

점진적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하던 우리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자본시장의 빗장을 풀었다. 외화 유입을 촉진해 환율 시장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주식과 자본시장의 안정까지 꾀한다는 미명 아래 각종 규제가 철폐됐고 우리 기업은 본격적으로 해외 투기꾼들에게 노출되기 시작했다.

벌처펀드의 위험성은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1997∼2000년 국내 대표기업 중 하나인 SK텔레콤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에 간섭하면서부터 알려졌다.

타이거펀드는 1999년 4월 SK텔레콤 지분 6.6%를 확보해 다른 우호지분과 연합, 주식 액면분할과 유상증자를 반대하는 SK텔레콤에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가했다.

SK그룹과 계열사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 부담을 떠안아야 했지만 이후 타이거펀드는 지분을 전량 매각해 6300억원의 시세차익(전경련 추산)을 보고 2000년 철수했다.

SK그룹은 몇년 뒤 또다시 벌처펀드의 공격에 직면한다. 지난 2003년 영국 소버린자산운용은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 지분 14.99%를 사들여 1대 주주에 오른 뒤 경영진 교체를 주장하며 분쟁을 벌였다.

소버린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후보 추천과 정관 개정, 최태원 회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소액주주 및 노동조합과 접촉하고 헤르메스 등 외국계 주주들의 지지를 구하는 등 우호지분 확보 노력도 벌였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자 소버린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보유 목적을 변경한 뒤 2005년 7월 매각, 8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고 철수했다.

2006년 미국의 큰 손인 칼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는 KT&T 지분 6.6%를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했다. 주가가 상승하자 1년만에 1500억에 달하는 차익을 챙긴 뒤 국내 시장에서 물러났다.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는 2003년 인수금액 1조3834억원,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에 대한 콜옵션 행사에 7715억원 등 2조1549억원을 투자해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배당과 지분 매각을 통해 차곡차곡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후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3조8000억원에 넘기며 국내에서 철수, 무려 5조원에 달하는 차익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차별적 조처를 하며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앞서 뉴브릿지캐피탈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제일은행을 5000억원에 사들여 2004년 1조6500억원에 되팔아 23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고 칼라일은 JP모건 사모펀드와 손잡고 한미은행을 인수하고 2004년에 씨티은행에 매각하면서 7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바 있다.

영국계 투자회사인 BIH는 브릿지 증권을 인수해 2002∼2004년 4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단행, 2200억원의 투자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삼성이 공격대상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엘리엇과 분쟁 중인 삼성물산은 지난 2004년에는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가 지분 5%를 사들인 뒤 우선주 소각을 요구하면서 경영권을 위협받았다.

당시 호주의 플래티넘 등 다른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가세하면서 20%를 밑돌던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1년 만에 46%까지 확대됐다. 삼성그룹은 최대주주인 삼성SDI를 앞세워 지분을 확충하고 연합세력을 규합해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했다.

헤르메스는 그해 말 '투자 이익 실현 차원'이라며 지분 전량을 매각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했고 불공정 거래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헤르메스는 최근 삼성물산-엘리엇 분쟁 진행 와중에 삼성정밀화학의 지분을 5% 넘께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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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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