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대중문화팀] 여기저기 셰프들 덕분에 난리다. 한쪽에서는 ‘먹방’ 한쪽에서는 ‘쿡방’이다. 박준우 기자의 디저트 가게 ‘오쁘띠베르’는 폐업 소식에 가게 개점 전부터 50미터나 줄을 섰다고 하고 이연복·정창욱 셰프의 가게는 지금 예약하면 몇 달 후에나 식사가 가능하다. 바야흐로 셰프들의 전성시대. 그렇다면 이들의 가게는 어떨까. 정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일까? 다양한 입맛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까?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니 파워블로거들이 엄청나게 극찬을 해 놨다. 우리는 소중한 월급을 그들의 식당에 과감히 투척해도 되는 것일까? 누구보다 평범한 입맛을 가진 쿠키뉴스의 평범남녀 5인이 셰프들의 식당을 찾았다. 입맛은 모두 다르다. 당연히 자비로 계산했다.
맹기용의 ‘퍼블리칸 바이츠’, 미카엘의 ‘젤렌’ 이후로 세 번째 방문한 식당은 ‘냉장고를 부탁해’에 새롭게 등장한 오세득 셰프의 가게 ‘줄라이’다. 서래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줄라이는 프렌치 코스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평일 데일리 런치의 경우 부가세 10%를 포함한 4만 원에, 프리미엄 런치는 6만6000원에 서비스된다. 독특한 점인 휴일 런치는 오히려 평일보다 저렴하다는 것. 선데이 런치의 경우 부가세 포함 3만5000원이다. ‘쿡미식회’ 멤버들이 3인 팀, 2인 팀으로 나뉘어 런치 타임에 방문해 데일리 런치를 맛본 후 나눈 대화를 재구성했다.
이날 데일리 런치는 ▲시저 샐러드와 스콘, 새우 콩테와 콜리플라워 퓨레 ▲가리비 카다이프 롤과 코코넛 바질 레몬소스 ▲ 호주산 양 어깨살 OR 한우 채끝 등심 ▲더덕 아이스크림 ▲차와 커피, 다쿠아즈와 생 초콜릿 순으로 서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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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전문 프렌치 식당인 만큼 서비스는 친절하고 세심했다. 매 메뉴가 나올 때마다 요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테이블 간격은 약간 좁은 편이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지참한 가방의 경우 요청하면 가방 거치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의자에 걸어놓은 손님에게는 따로 가방 거치대를 주지 않았다.
▲방문인원 : 5
배찌(20대 후반, 여)
미씨(30대 초반, 여)
욘사마(30대 초반, 남)
망내(20대 중반, 여)
이철민(20대 중반, 남)
미씨 : 이런 파인 다이닝 식당 다들 자주 와?
이철민 : 프렌치는 처음이야.
배찌 : 남자친구랑도 안 와봤어. 하하.
미씨 : 하긴. 그런데 아마 ‘냉장고를 부탁해’ 때문에 대중들이 오세득 셰프를 접하고 관심도는 높아진 데 비해서 식당 방문률은 낮을 거야. 프렌치는 대중 식당이라기엔 진입장벽이 높으니까. 누가 최소 열흘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고 겁 줘서 반신반의했는데, 일주일 전에도 예약이 가능한 걸.
망내 : 홀에 사람은 꽉 차네.
▲ 시저 샐러드와 스콘, 새우 콩테와 콜리플라워 퓨레 서빙
직원 : 실례하겠습니다. 한입 요리 두 가지 준비해 드렸구요. 왼쪽에는 스콘 위에 시저 샐러드와 베이컨 준비했습니다. 스콘은 핑거 푸드니까 손으로 집어 드시면 되고요. 우측에는 콜리플라워 퓨레랑 새우 세비체 콩테 준비해드렸습니다.
배찌 : 맛있겠다.
망내 : 콜리플라워는 매우 느끼한데.
미씨 : 스콘 맛있는데? 봉지로 사다 놓고 집에서 차 마시면서 먹고 싶다.
배찌 : 맛있어. 막 그렇게 짜지도 않고. 시저 샐러드랑은 처음 먹어봐. 그냥 스콘만 먹었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모양이네.
욘사마 : 퓨레는 새우랑 같이 먹으니까 맛있다.
배찌 : 분위기도 좋다. 여태껏 다녔던 셰프들 식당 중에 가장 밥 먹기 편안한 것 같아.
미씨 : 이태원 젤렌은 어땠어?
배찌 : 좀 시끄러웠어.
미씨 : 식전빵은 평범하다. 가염버터에 뿌려진 소금은 좋은 것 같아.
배찌 : 난 빵이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어. 차다.
▲ 가리비 카다이프 롤과 코코넛 바질 레몬소스
직원 : 첫 번째 코스요리 준비해드릴게요. 코코넛 바질 소스와 레몬을 가미한 가리비 요리구요. 가운데 있는 야채와 함께 드시면 됩니다.
미씨 : 난 사실 항상 프렌치 먹을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젓가락 좀 줬으면 좋겠어. 하하. 너무 촌스러운가. 포크로 먹기엔 가리비를 감싼 롤이 부서지네. 먹기 불편해. 플레이팅은 새알 같기도 하고 새둥지 같기도 해. 예쁘네.
망내 : 음, 상큼해.
이철민 : 나는 핑거 푸드부터 계속 다 느끼한 것 같아.
미씨 : 못 먹겠어?
이철민 : 그 정도는 아닌데 물을 자꾸 먹게 돼.
욘사마 : 이거 계속 향이 입에 남아. 식감도 신경 쓴 것 같고. 전체적으로 다 먹기는 편한 음식인데 되게 맛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네.
망내 : 바질 소스는 내 입맛에는 별로 안 맞는 것 같아.
배찌 : 일단 그릇이 내 스타일이야. 플레이팅이 굉장히 예쁘네. 천천히 얘기하면서 먹기 좋아.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거나, 부모님 모시고 오기 좋을 것 같아. 프렌치를 일상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은 기분 내야 할 때나 올 생각을 하잖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고. 분위기가 딱이네.
미씨 : 메뉴판 보면 매일 날짜가 쓰여 있잖아. 여긴 그때그때 들어오는 재료나 계절에 따라 요리가 달라져. 그런 것도 프렌치 식당들의 세일즈 포인트지. 줄라이의 단점은 위치 정도? 차 없으면 오기 힘들 걸.
▲ 호주산 양 어깨살 OR 한우 채끝 등심 서빙 (채끝의 경우 한우 A++등급은 15,000원 추가)
직원 : 가니쉬 중에 꽈리 고추가 있는데 조금 매우실 수도 있습니다.
미씨 : 나는 양을 좋아해서 그런가 양 어깨살이 채끝보다 나은 것 같아. 고추가 ‘조금 매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물 좀 줘.
이철민 : 난 안 매운데.
미씨 : 그래? 나한테 좀 매운 게 걸렸나.
이철민 : 근데 양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 지방에서 냄새가 나. 못 먹는 사람은 심할 것 같은데.
미씨 : 난 이 누린내를 좋아해서.
망내 : 나는 채끝살 시키길 잘 한 것 같아. 확실히 양은 냄새가 많이 나.
미씨 : 처음으로 불호가 나왔다.
욘사마 : 나도 채끝이 더 좋다.
이철민 : 가니쉬는 껍질콩도 있네. 그래도 가니쉬랑 먹으면 누린내가 심하진 않은 것 같아. 육질도 채끝보단 양이 더 낫다. 금액 추가되는 채끝을 시켰으면 좀 나았을까?
배찌 : 맛있는데 뭐라고 해야 하지. 채끝살 고기도 부드럽고 안 질기네.
미씨 : 그래? 나는 좀 질긴 것 같은데. 나는 아무튼 양은 냄새를 다 잡으면 또 그 맛이 안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양 냄새를 다 잡아주면 뭐하러 양을 먹어? 차라리 다른 고기를 먹지.
이철민 : 나는 지금 느끼해 죽겠다. 느글거려.
배찌 : 보통의 남자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
욘사마 : 나는 괜찮은데?
▲ 더덕 아이스크림 서빙
직원 : 화이트 초콜릿 곁들인 더덕 아이스크림 준비했습니다.
미씨 : 나는 프렌치를 먹을 때마다 너무 궁금한 게 있어. 프렌치 식당에선 왜 항상 아이스크림을 타원형으로 줄까?
배찌 : 시중 아이스크림은 상대가 안 되네. 난 오늘 코스 중에 이게 가장 맛있다.
망내 : 화이트 초콜릿하고 너무 잘 어울려.
미씨 : 난 초콜릿이 아니라 왜 분유 같지 이거? 분유맛 나지 않아?
망내 : 약간 분유 맛도 나요. 근데 이거 살은 정말 엄청나게 찌겠다.
미씨 : 나 원래 아이스크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것만 따로 팔면 사먹고 싶다.
배찌 : 진짜 맛있어. 더덕 아이스크림은 처음 먹어봐. 더덕 별로 안 좋아해서.
망내 : 더덕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미씨 : 더덕 맛있지 않아? 술안주로 양념해 구워 먹으면 크. 이철민은 느끼한 거 좀 해소됐어? 배찌는 만면에 미소가 아주 그냥.
이철민 : 지금 느끼하진 않은데. 이거 진짜 맛있는 것 같아.
망내 : 결국 아이스크림으로 대동단결인가.
욘사마 : 이게 먹을수록 맛있네.
배찌 : 진짜 예쁘다 접시도. 내내 플레이팅에 감탄하게 되는데.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이런 예쁜 식기는 사람들이 다 가져간대. 그래서 비싼 것 사놓으면 막 없어진다던데. 최현석 셰프는 은수저 100세트가 다 없어졌다고 그러더라. 안 그랬으면 좋겠어.
미씨 : 난 실제로 그런 사람들 봤어. 나랑 먹는 식사 자리에서 티스푼 감추는 걸 봐버렸는데, 그 이후로 그 사람 안 만나잖아. 비싼 식사 하면 뭐 하니. 인성이 저렴한데.
▲ 다쿠아즈와 생 초콜릿 서빙
직원 : 다쿠아즈와 생 초콜릿입니다. 다쿠아즈 안에는 사과와 망고로 만든 처트니가 넣어져 있습니다.
망내 : 잔 모양이 되게 예쁜 것 같아. 나는 커피를 시켰는데 샷을 따로 갖다주네. 이것도 좋다. 커피 농도 조절이 되니까.
이철민 : 다쿠아즈 어때?
욘사마 : 맛있어. 부드러워.
미씨 : 나는 사실 이 처트니라는 것에 선입견이 있거든. 맛이 없을 거라는 편견. 어떤 처트니를 먹어도 맛이 없었어. 그리고 나는 지금 이 다쿠아즈를 먹고 내린 결론인데, 그냥 내가 처트니를 싫어하는 것 같아. 하하. 근데 다쿠아즈 안에 처트니는 안 넣는 게 좋은 것 같네. 식감이 별로야.
이철민 : 나도. 다쿠아즈만 내 주는 게 나을 것 같아.
욘사마 : 입맛에 안 맞는 거 아니야?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지?
이철민 : 응. 나는 원래 이런 디저트 류를 별로 안 좋아해.
미씨 : 지금 전체적으로 맘에 안 들어, 이철민은. 하하하.
이철민 :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음식이 어디 있겠어.
배찌 : 코스는 음식들이 좀 무겁다는 느낌인데 디저트에서 무게감을 확 비워주네. 초콜릿은 사온 것 같아.
미씨 : 사실 생 초콜릿은 어딜 가나 다 비슷하지. 사왔을 수도 있고. 프렌치 식당들에서 초콜릿까지 신경 써서 직접 만든다면... 대단한 곳이야. 찬양해야 해. 하하하.
▲ 총평
이철민 : 다 맛있는데 메인은 양이라 그런지 좀 많이 느글거렸어. 향이야 어차피 양 싫어하는 사람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데. 식감은 좋았어.
배찌 : 더덕 아이스크림 정말 살짝 쌉싸름한데 달콤한 초콜릿의 조화가 너무 잘 어우러졌어. 그리고 밑에 과자 부스러기도 식감이 좋고. 너무 맛있었어. 따로 하나 사먹고 싶을 정도.
미씨 : 그러니까. 아이스크림만 따로 팔면 여기 와서 아이스크림만 먹을 거야.
이철민 : 채끝은 어땠어?
망내 : 무난했던 것 같아.
욘사마 : 나는 먹어 본 스테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 같아.
미씨 : 난 채끝 질겼는데.
배찌 : 관자가 조금 느끼했어.
망내 : 난 양 냄새 빼고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던 것 같아.
▲ 재방문 의사
배찌 : 기분 내고 싶으면 4만원 지불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정말 친한 고향 친구가 서울에 놀러오면 데리고 와서 밥을 살 것 같아. 천천히 얘기하면서. 오랜만에 얘기도 하고, 이런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열심히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맛있게 먹거라. 하고 생색도 내고? 하하.
망내 : 정말 특별한 날엔 올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내 돈 내고는 좀 힘들겠지? 일반적으로 내 나이대는 이런 프렌치 식당에 이 정도 돈을 쉽게 줄 수 있지는 않지. 차 없이 오기도 좀 애매한 거리고. 만약 집 앞이고 남이 밥 사준다면 신나게 나올 것 같긴 하다. 하하하. 내가 고급스러운 입맛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
미씨 : 4만원이라는 기회비용을 두고 고려한다면 다른 선택이 더 많겠지? 망내 나이대에는.
이철민 : 여자 친구가 원한다면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아.
욘사마 : 여기는 약간 음식이 맛있어서 먹으러 찾아오는 것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는 의미가 클 것 같네. 입맛이 다 다르니까 호불호가 갈릴 거고, 자신있게 데려오긴 좀 어렵겠지만 중요한 식사자리라면 “여긴 어때?” 하고 조심스럽게 추천할 것 같아.
미씨 : 나는 ‘나쁘지 않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4만원대의 축약된 프렌치 런치 코스로는 평범하지만, 줄라이는 오세득 셰프의 이름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 같고. 누가 오세득 셰프 음식 궁금해 하면 “야 나 그 사람 가게 가 봤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런데 4만원 주고 다시 올래? 하면, 코스 메뉴가 다른 걸 한 번쯤 먹어 보러는 오고 싶네.
▲ 결론
방송을 통해 이름은 유명해진 셰프지만 아직 이미지 소비나 노출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축약판인 런치 코스만 먹어봤기에 이렇다 저렇다 크게 맛을 논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모두가 가진 인상은 생각보다 평범하다는 결론.
맛 - 맛있다 5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맛있음)
재방문 의사 - 있음 4 VS 없음 1 (좋아하는 사람과 한 번쯤 가볼 만한 가게)
가격 - 싸다 1 VS 비싸다 4 (프렌치라고 치면 저렴하다고 할 수 있을 만한 가격이지만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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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이준범, 이은지 기자 / 사진=이창용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