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베일 벗은 ’신서유기’… 범죄 희화화도 ‘빵’ 터지면 상관없을까

[쿡리뷰] 베일 벗은 ’신서유기’… 범죄 희화화도 ‘빵’ 터지면 상관없을까

기사승인 2015-09-04 13:42: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신서유기’가 베일을 벗었다. ‘빵’ 터지는 큰 웃음에 신선한 캐릭터가 눈길을 모았다. 여타 다른 예능과 별 다를 것 없는 형식이지만 재미가 있다. 그런데 어딘가 불편하다. 왜일까.

4일 오전 10시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공개된 tvN ‘신서유기’는 신선한 포맷으로 눈길을 모았다. 매주 금요일 10시마다 5개의 영상 클립이 업로드된다. 1편부터 5편까지 이어지며, 분량은 3분에서 15분 남짓으로 편마다 정해진 분량은 딱히 없다. 정규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편할 때 볼 수 있는 모바일 이용자들에게 최적화된 포맷이다.

‘신서유기’가 모티브로 삼은 서유기는 죄 지은 자들이 모여 인도로 향하며 겪는 모험을 그린 환상 소설이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정말로 죄 지은 이수근을 손오공으로 낙점하고 금고아를 씌워 강호동, 은지원, 이승기와 함께 중국 서안으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출연진의 죄와 흠은 재미로 탈바꿈한다. “욕은 당연히 먹고 시작하는 거다”라는 프로그램의 입장과 “2년 동안 내내 아침부터 욕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는 이수근, 소원으로 “나를 욕하는 댓글 다 지워달라”는 은지원의 자학 개그는 시청자를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인터넷 방송이다 보니 지상파 등의 정규 방송심의를 의식하지 않은 내용들도 주요 재미 포인트다. “내년에 군대를 가야 하는데 미루라는 역술인의 말을 들으면 군대 대신 교도소를 가야 한다”는 이승기, 구글·드래곤볼·유니클로 등 여과 없이 노출되는 상표 등이 그렇다. 죄를 지어 금고아를 머리에 쓴 이수근에게는 PPL이 분명할 저주파 치료기가 벌칙 대신 부착된다.

불법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이수근은 ‘상암동 베팅남’이 되고, 이혼을 한 은지원은 ‘여의도 이혼남’이 됐다. 이 중 유일하게 케이블을 거치지 않아 아직도 지상파 심의규정에 익숙한 강호동은 이런 방송이 무섭기만 하다. 인터넷 방송의 마지노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승기는 귀공자 이미지에서 눈물나게 웃기는 ‘상남자’ 캐릭터가 됐고, 방송 경력 20년의 ‘큰형님’ 강호동은 졸지에 인터넷 방송 부적응자가 돼 겁먹은 모습을 시종일관 보인다.

자연스레 시청자 반응도 엄청나다. “벌써부터 다음화가 기대된다”는 댓글이 영상 아래 주류를 이룬다. ‘신서유기’ 1화는 공개된 지 3시간 만에 52만 뷰를 넘어서며 네이버 TV캐스트의 대표 콘텐츠로 등극했다.

그러나 분명 ‘신서유기’에는 개운치 않은 뒷맛이 존재한다. 재미를 찾은 지점이 하필 범죄의 희화화라는 것은 충분한 문제 요소다. 서유기는 죄 지은 자들이 모험을 하며 그 과정에서 속죄하는 것을 그린 소설이다. ‘신서유기’는 출연진의 죄를 속죄보다는 면피, 혹은 웃음의 지점에서 비춘다.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길 노릇이지만 방송이 지향해야 할 지점은 분명 따로 있다. 인터넷 방송이라고 해서 미디어의 역기능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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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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