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염산 등 고농도 유해물질이 ‘온라인’을 통해 규제 없이 팔리는 행태에 대해 철퇴에 나선다.

환경부 관계자는 19일 “지난 4월부터 실시한 1차 추적조사에 이어 9월부터 2차 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2차 조사에서 현재까지 적발된 30개 업체 중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염산 판매를 했던 곳도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11번가’, ‘옥션’ 등 수천 만 회원을 거느린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에 대해서는 현행 법적 근거 상 직접 제재 할 수 없기 때문에 ‘업무 협약’ 형식으로 판매 차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염산 테러’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대형 온라인 쇼핑몰 등이 이를 거부하기는 불가능해보여 오프라인과 달리 염산을 쉽게 사고 팔 수 있었던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에 대한 사실상 첫 관련 제재라 할 수 있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옥션 등은 최근까지 고농도 염산을 제한 없이 팔아왔다. 11번가에서는 35%의 염산·68%의 질산을 같이 판매하는 일명 ‘왕수 제조 세트’를 3만3000원에, 옥션에서는 20%의 고농도 염산 1㎏을 4만7960원에 판매했다.

이 같은 실태가 쿠키뉴스를 포함한 일부 언론 매체의 취재를 통해 알려지자 11번가는 지난 9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염산을 판매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이후 이달에만 한 명에게 팔려 나간 것을 확인, 주문 취소 결정을 내리는 등 뒤늦은 수습에 나섰으나 모니터링이 시작된 9월 이전 판매된 염산 구매자, 판매 개수 등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옥션 역시 지난 13일까지 고농도 염산을 판매했다.

옥션 관계자는 “해당 판매자의 판매 등록 시점은 2014년 7월로 확인됐지만 지금까지 판매 수량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며 “상품 등록 시스템 상 판매자에게 허가증이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염산 등 화공 약품의 구매가 까다로운 오프라인 상점과 달리 무분별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최대 쟁점이다.

오프라인 화공 약품점의 경우 구매자의 주민등록증과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제시하고 날짜, 이름,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사업자등록번호, 사인 등 관리 대장에 개인 정보를 따로 기재해야 한다.

판매자 또한 유해화학물질별 취급시설·장비 및 기술 인력을 갖추어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판매는 이 같은 엄격한 절차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염산의 경우 11번가나 옥션 모두 상품 페이지를 포함, 어디에서도 판매자 허가증을 확인할 수 없었다. 구매자 정보도 마찬가지다.

‘쇼핑몰에 등록한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관리 대장을 대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온라인 쇼핑몰 측의 반문이 있었으나, 이는 사업자 등록증과 사업장·사업 종목 등을 대조 확인하고 사용 목적까지 묻는 오프라인 상점에 비해 느슨한 대처라 볼 수 있다.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장치 없는 유해물질 판매를 바라보는 다수의 우려에도 불구, 온라인 쇼핑몰 측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들은 “염산은 법적으로 온라인 판매에 제약이 없는 상품”이라며 “우리는 중개인의 입장이라 모든 상품을 확인할 수 없고, 판매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환경부 역시 “현행 규정상 온라인 염산 판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회원수가 최대 2100만명에 이르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뤄진 무분별한 염산 판매에 도의적 책임 논란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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