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사람이야기] “울어도 된다 말해주는 사람만 있어도 슬픔은 반으로”

[김단비 기자의 사람이야기] “울어도 된다 말해주는 사람만 있어도 슬픔은 반으로”

기사승인 2015-10-31 08:49: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남편을 의료사고로 잃고 심리치료사가 된 여성이 있다. 최근 ‘감정회복’이란 책을 낸 마인드힐링센터 윤재진 대표가 주인공이다. 남편이 그녀 곁을 그렇게 떠나기 전부터 그녀는 주부를 대상으로 심리학 강연을 다니며 비슷한 일을 해왔다. 그러나 사별했거나 자살을 시도했거나 알코올 또는 게임에 중독된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다. 그녀의 관심사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로 향해진 것은 어쩌면 일종의 비슷한 삶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윤 대표는 남편과 사별 후 극심한 생활고를 겪게됐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그녀와 남겨진 두 아이를 덮치는 빚, 주변인들의 연이은 배신 등이 마음에 심한 우울증을 남기고 자살이란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게 했다. 심한 우울증을 경험해봤고 자살을 떠올려봤던 윤재진 대표. 다시 일어서기까지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슬픈 감정을 들여다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주변인들의 ‘무책임한 응원’이었다고 한다.

윤 대표는 “당신의 주변 누군가가 힘들어하고 있다면 ‘괜찮냐’고 묻는 대신 ‘많이 힘들지’라고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답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은 진정한 위로가 아니라 ‘울지말라’는 일종의 바램입니다. 아픈 감정을 들여다봤다면 ‘지금 많이 지쳤지? 울어도 돼. 힘든 게 당연해’라며 공감해줘야죠.”

윤 대표에겐 어린 두 자녀가 있다. 뱃속에 둘째 아이가 있을 때 남편이 떠났다. 시댁에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나름 내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불행이 닥치니까 미쳐가더라고요. 미치는 게 당연하고, 힘든 게 당연한데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모두가 ‘너는 잘 할거야’라며 나를 몰아세웠어요. 자살은요 타고난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죽여서라도 끝내고 싶은 지독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 그녀는 한강 둔치에 가서 펑펑 울었다. 제 손 다치는 줄 모르고 주변 풀들을 마구 뽑아댔다. 그리고 심한 욕설들을 하늘 위로 날려 보냈다. 누군가는 그녀를 미친 사람으로 봤을지 모른다. 하지만 남편 있는 척 사회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는 미쳐가고 있었다고 말한다. 윤 대표는 “6개월 동안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남편 있는 척 흔한 대화를 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할 때마다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나를 도와주지 않는 시댁과 친정에 대한 원망이 커갔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을 가족에게 꺼내놓으라고 말한다. 설사 그 순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을 보았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고통을 가족들과 공유해야 극복이 빠르다고 조언한다. 또 가족들은 고통 속에 떨고 있는 자녀 혹은 배우자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지 말고 함께 슬퍼해주라고 말한다. “괜찮으냐고 함부로 묻지 마세요. 그들은 괜찮지 않을 테니까요. 힘든 게 당연하다며 그들의 고통을 이해해주세요.”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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