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여기자에 ‘고추 발언’ 전북경찰청장, 그는 ‘취중진담’을 했다

[이슈 인 심리학] 여기자에 ‘고추 발언’ 전북경찰청장, 그는 ‘취중진담’을 했다

기사승인 2015-11-19 10:12:55

"김재원 전북경찰청장이 지난 13일 오후 자신의 관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자리에서 한 언론사 여기자에게 쌈을 싸주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그는 여기자에게 쌈을 싸주며 “고추를 먹을 줄 아느냐”고 물었다. 여기자가 “그렇다”고 답하자 김 청장은 “여자는 고추를 먹을 줄만 알면 안 된다.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여기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쌈을 계속해서 억지로 입안에 넣으려 했고, 다른 여기자들에게는 1만원 지폐와 5만원을 두른 술잔을 건네기도 했다.

논란은 거세질 수 밖에 없었고, 김 청장은 결국 “술에 취해 범한 실수였다. 당시 발언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술잔에 지폐를 둘러 건넨 것은 택시비 명목으로 건넨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청장의 ‘고추’ 발언과 지폐를 술잔에 두른 행위가 그저 술로 인한 실수일까.

‘무의식(unconsciousness)’이란 말은 심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1900년에 발표한 ‘꿈 분석(The Interpretation of Dreams)’, 1915년에는 ‘무의식(The Unconscious)’, 1917년에는 ‘정신분석 입문(Introduction to Psychoanalysis)’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 분석했다.

한 개인이 스스로 기억을 할 수 있는 것들은 ‘의식’하는 것들이다. 반대로 기억을 해 낼 수 없는 것들은 ‘무의식’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다시 말하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뿐이다. 낮에는 깨어서 활동하기 때문에 ‘의식’ 상태이고, 밤에는 깨어 있지 않고 잠을 자기 때문에 ‘무의식’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낮에도 ‘의식’ 상태가 아니라 ‘무의식’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술에 취하던가, 마약에 취하던가, 슬픔이나 우울에 취하던가, 혹은 화나 분노에 취하던가 하면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영역에 빠지게 된다. 무의식 영역에 빠져서 내려가 보면 그 곳은 어둡고 캄캄해서 자기 자신도 바라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상황에서는 자신이 습관적으로 해 왔던 말과 행동을 쏟아놓게 된다.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사라져서 ‘뻔뻔함’의 심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1902년 자신의 책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Psychopathology of Everyday Life)’에서 ‘말실수(slip)’에 대해 설명했다. 핵심은 우리가 말실수를 하는 것은 단순한 그 자체의 ‘실수’가 아니라 마음에서 그렇게 하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실수’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술에 취했을 때 ‘취중진담(醉中眞談)’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에 의한 사건은 늘 그 이전에 일어난 화자의 마음 속 원인에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김 청장은 술에 취해 ‘고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발언은 ‘취중진담’이었다는 자문자답이나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김 청장은 왜 술잔에 지폐를 둘러 건넨 것일까. 지난 4월 성완종·이완구 비타500 사건과 유사한 심리상태인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선 돈을 주는 입장에서나 돈을 받는 입장에서 모두 시각적인 ‘완곡 효과’를 노린 것을 알 수 있다. 돈다발을 주는 것은 스스로가 부정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감정을 고스란히 가지게 되지만 비타500과 같은 ‘상자’에 돈을 담는 순간 돈이 아닌 ‘선물’로 인지가 왜곡되는 것이다. 주고받는 사람 모두가 ‘돈’이 아니라 ‘선물’을 받는 것으로 의도적인 완곡 효과를 가지려고 하는 것이었다.

김 청장도 술잔에 지폐를 둘러 건네면서 이런 ‘완곡 효과’를 가지려고 했을 것이다. 김 청장 스스로는 돈이 아닌 술을 권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완곡하려고 했지만 여기자와 현장에 있던 다른 여기자들은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 경찰이다. 더군다나 성폭력을 수사하는 기관의 지역 수장으로서 성희롱 발언과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자의 입에 직접 싼 쌈을 넣어주려고 한 어이없는 행동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다. 김 청장은 자신의 무의식에 자리한 부정적인 요소들을 먼저 지키고 보호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할 경찰뿐만 아니라 정치인, 경제인, 지식인들이 전부 ‘국민’에게 취하면 좋겠다. ‘돈’도 아니고, ‘성’도 아니고, ‘명예’나 ‘지위’도 아닌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에게 취한 그런 윗물들이 되길 바란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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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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