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유승준, 그가 ‘13년’이 흘러도 용서받지 못하는 이유

[이슈 인 심리학] 유승준, 그가 ‘13년’이 흘러도 용서받지 못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5-11-19 13:25:55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38·사진)씨가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여전히 그의 입국 시도에 쓴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두고 ‘병역 회피용’이라는 논란이 있었던 건 2002년이다. 13년 전이다.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감옥에서 이미 출소했을 만큼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긴 세월이 흘러도 유승준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것일까?

첫째, 이제는 대중들이 ‘유승준’이라는 이름 자체에 화와 분노의 감정을 가지게 됐다. 대중들은 유승준의 이름부터 거부한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나 자료에 ‘유승준’이라고 쓰지 말고 ‘스티브 유’라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름 속에는 ‘문화심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친하게 지내는 친구끼리 평상시에 ‘성’을 부르지 않고 이름만 부른다. 그 이유는 ‘성’이라는 것은 집안의 문화와 기준을 나타내는 상징이기 때문에 그렇다. 친구끼리는 너와 나의 다른 문화의 개념을 버려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을 부르지 않는 것이다. 간혹 친구끼리 성을 부를 때는 화가 나거나 싸울 때 부른다. 미국에서는 남녀가 결혼을 하면 아내가 자신의 아버지 성을 버리고 남편의 성을 사용한다. 이 말은 아버지의 문화를 버리고 남편의 문화에 온전히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는 결혼을 하더라도 아버지에게 받은 성을 절대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결혼 후 부부끼리 싸우게 되면 부드럽게 부르던 이름에 갑자기 장인어른의 성을 붙여서 부르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자신과 결혼해서도 아직 자신의 사람이 아니라 장인어른의 사람이며 자신과 다른 문화의 사람이라는 심리를 돌려서 표현하는 것이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사건’ 때도 이와 유사한 심리가 있었다. 땅콩사건을 통해 대중들은 ‘대한항공’ 이름을 바꾸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국가의 이름을 항공사에 붙여놓고 국제적인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분노와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의 느낌은 ‘대한항공’의 ‘대한’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대한’이라는 단어는 애국심이 강한 우리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무의식으로 잠재하고 있는 ‘자부심’에 해당하는 단어다. 그런 자부심을 해외언론들까지 나서서 비판하며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대한한공’이라는 항공사 이름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처럼 이름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심리가 화석화돼 13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유승준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둘째, 군복무 의무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3년이 지난 2015년에 돌연 한국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석연치 않은 것이다.

병역법에 따르면 현역, 예비역 등 제2국민역의 병역의무는 ‘40세’까지다. 유승준은 1976년생으로, 올해 40세다. 병역의무가 종료되는 시점인 40세에 한국행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이고 있는 것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국민들의 집단 무의식도 국민들의 분노를 끌어올리는 이유이다. 특히 군대를 제대한 남성의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냄비현상인 단순한 ‘화’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화와 분노는 다르다. ‘화’라는 것은 상대를 아프게 하고 자신은 위안 받는 것이다. 반면에 ‘분노’라는 것은 상대방을 아프게 했지만 나 자신도 아프게 되는 것을 말한다.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로서 자식과 동일화 현상 심리를 보이고, 군대를 제대한 사람들끼리는 동질화 현상을 보인다. 즉, 국민들은 군대와 국가를 자신들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원론적인 병역의무를 하지 않은 유승준에게 비난하는 심리가 오랜 시간이 지속되는 것이다.


유승준 스스로도 답답할 것이다. 국민들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답답함이 풀리지 않고 계속 꼬여 있는 상태로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풀 수 있는 여지가 있긴 있다. 박찬호나 박세리와 같이 국민이 힘들 때 해외에서도 국가의 위상을 세워줬기 때문에 그들에게 ‘고마움’을 항상 가지고 있다. 작은 바람은 유승준이 해외에서 우리 국가의 위상을 높여주고 국민들이 위로받을 만큼의 가치 있는 일을 찾아 하나씩 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법무부와 병무청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까지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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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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