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땅콩의 어떻게 들었어] 하루에도 몇 십 개의 앨범이 쏟아진다. 대한민국 가요계는 바야흐로 앨범 범람 시대. 그 중 화제가 되는 앨범들을 듣고 리뷰해 본다. 11월 하순에서 12월 초까지, 가요 차트를 강타한 두 아티스트는 바로 싸이와 방탄소년단이다.
싸이 ‘칠집싸이다’ 2015.12.01 발매 : 싸이는 정말 긍정적인 연예인이다. 본인의 원래 심성 뿐만 아니라 대중이 그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긍정의 아이콘에 가깝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는 오히려 개인의 음악에 끼치는 영향이 그리 좋지 않기 마련이다. 이른바 ‘대인배’같은 모습, 혹은 그의 학력을 바탕으로 한 똑똑한 모습은 음악적으로도 크고 진지한 기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싸이는 싸이다. 싸이니까 가능한 싸이의 모습에 충실해 놀기 좋고 재미있는 곡만 나와 준다면 그것이 싸이의 베스트다. 그런 관점에서 ‘칠집싸이다’의 가장 멋진 곡은 ‘아저씨스웩’이다. 소위 대한민국 ‘아재’의 나이에 가까운 싸이가 가장 싸이다운 ‘스웩’을 분출하고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팔바지’의 에너지는 놀랍다. 편곡도 고급스럽다. 기타 리프와 브라스 사운드는 ‘좋다’는 감탄 이상의 표현을 찾기 힘들 정도다. 싸이의 가사들은 앞에서 언급한 똑똑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쩌면 힙합 기획사인 YG에서 가장 라임 잘 맞추고 플로우를 멋지게 타는 사람은 싸이가 아닐까. 그야말로 귀신 같다.
방탄소년단 ‘화양연화 파트 2’ 2015.11.30 발매 : 그룹 이름도 유명하고 팬덤도 크지만 존재감은 희미하다. 방탄소년단은 타겟층이 가장 확실하다. 바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다. 고민이나 방황을 표현하는 방식은 너무나 학생스럽다. 어린 만큼 순수하고, 폭발적인 힘을 자랑하나 이는 뒤집어 말하면 세련되지 못하다는 뜻도 된다. 1번 트랙 ‘인트로 : 네버 마인드(Intro : Never Mind)’의 가사는 방탄소년단의 이런 색깔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타이틀곡 ‘런(RUN)’은 방탄소년단이 여태껏 보여준 역량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은 곡이다. 멜로디에 비해 편곡은 약하다. 받쳐주는 지지대가 약하니 멜로디는 자연스레 혼자 달려간다. 리듬 파트가 좀 더 단단한 사운드를 내 줬다면 후렴구는 올해 연말 대중들의 귀를 지배했을 것이다. 타이틀곡인 만큼 욕심을 내줬으면 좋았을 것이나, 방탄소년단이 취한 얌전함은 아쉽기 그지없다.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 가요계는 아이돌에게 음악적 역량을 과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나야 하고, 품성도 반듯해야 한다는 이른바 ‘꼰대질’에 가깝다. 방탄소년단은 이 점에 있어 분명한 가치관을 내세워 반감을 사기보다는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모호하게 어필하는 방식을 택한 듯 보인다. 공동 작곡, 공동 작사라는 단어로 4분이 안 되는 곡에 일곱 명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장르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여타 아이돌의 귀감이 될 일이다. 다만 계속되는 여러 가지 외적인 의혹에 대해 명쾌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이다.
★ 김땅콩의 어떻게 들었어? : 다수의 기획사, 공연 A&R팀을 거쳐 작곡을 업으로 삼고 있는 김땅콩(예명, 31)이 열흘마다 갱신되는 가요계 최신 앨범을 리뷰합니다. 정리·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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