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특히 항암제의 특성상 적응증이 늘어나 허가 확대가 됐을 때 위험분담제를 제한하는 현재의 규정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자수가 적은 희귀 암종 치료제로서 위험분담을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제가 환자수가 더 많은 다른 암종에서도 허가를 받는 경우가 되면 앞서 희귀 암종으로서의 위험분담제는 포기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위험분담제도의 급여 기준 확대 허용은 반드시 필요한 개선사항이다. 위험분담제 시행 2여년이 지나간 지금 논의되는 것 자체가 늦은 감이 있다”면서, “위험분담제의 취지가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약회사가 비용을 분담하더라도 비급여 약을 유연하게 급여권으로 들여오자는 것인데, 지금처럼 제도 진입이 어렵다는 것은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 밝혔다.
특히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신개념 패러다임의 항암제를 개발, 출시하는 현 상황에서 먼저 신청한 항암제에 위험분담제가 적용된다고 해서 후발 다른 항암제들의 위험분담제 신청을 봉쇄시키는 문제 역시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또 다른 진입장벽인 ‘경제성평가 필수’와 관련하여 비교약제 선정의 불합리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성평가는 기존 치료법이나 기존 약물과의 비교를 전제로 하는데, 과거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하는 오래된 약제들을 신약의 경제성평가의 비교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정부기관에서 경제성평가를 위한 비교약제로 선정하는 약들은 대다수 20∼30년 전의 오래된 약”이라며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새로운 표적항암제와의 제대로 된 가치 판단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KRPIA는 “진료 현장에서 실제로 약을 처방하는 의료진들의 의견을 비교약제 선정할 때 충분히 수용해야 약물경제성평가가 의미 있어질 것”이라며 “위험분담제 관련 제도들이 경제성평가나 급여기준 확대에 대해 너무 엄격한 조건을 달아 시행되고 있다 보니, 12월 중 발표될 것이라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대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열홍 대한암협회 이사(고려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비교대상 약제의 선정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 개진의 기회가 넓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이사는 “터무니없는 약제가 신약의 대조군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실제로 종종 있다”며 “해당 약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서 등재될 때 비교 대상 논문에서 그 약제를 사용했더라도 그건 현재까지 치료약제가 없었기 때문이지 경제성평가의 대조군이 되기는 어려운 때가 많다”고 말했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