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여성건강 위협할 응급피임약 오남용 방관할 작정인가”

“정부는 여성건강 위협할 응급피임약 오남용 방관할 작정인가”

기사승인 2016-01-27 00:09:58
"산부인과의사회, 10~20대 겨냥 응급피임약 광고 오남용 불러올 것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추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2년 식약청 시절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추진했으나 의료계와 종교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바 있는데 재추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3년의 유예기간 중 지난해 의약품안전관리원이 실시한 응급피임약에 관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은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바 있다.

반면 식약처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근거로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신연승 위원은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해 응급피임약이 사후 피임약으로 잘못 인식되어 이미 오남용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에게 응급피임약은 이미 응급 시에만 복용하는 약이 아니라 성관계 후 복용하는 사후피임약으로 받아들여져 ‘20대 여성들의 응급피임약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이며, 진료 현장에서 응급피임약을 매번 처방 받기 번거롭다며 여러 회분을 한꺼번에 처방해 달라는 환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신연승 위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일반피임약 3만1217건, 응급피임약 3만7537건으로 비슷하던 처방건수가 2014년에는 일반피임약 10만4835건, 응급피임약 16만9777건이 됐는데 일반 피임약 처방이 5년간 3.36배 증가하는 동안 응급피임약 처방은 같은 기간 4.52배 증가해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응급피임약 처방건수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점은 응급피임약이 반드시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어야 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피임약의 10배에 달하는 고용량 호르몬제재인 응급피임약에 대해 ‘부정기적으로, 응급 시에만 사용’하지 않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복용함으로써 일어나는 오남용 부작용에 대해 식약처가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반문했다.

또 응급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를 높이자는 주장에 대해 그 주장 자체는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가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피임약의 평균 피임률 85%는 75%에 해당하는 콘돔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며, 미레나나 루프 등 여성용 피임시스템의 평균 99%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정확한 복약 지도에 따라 응급피임약을 먹더라도 100명 중 15명 꼴로 임신이 된다는 말이며, 다른 계획적인 피임방법 대신 응급피임약을 사후 피임약처럼 반복적으로 이용하게 된다면 오히려 원하지 않는 임신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의 10배에 해당하는 고용량 호르몬 제재인 만큼 충분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응급피임약 복용 및 피임 상담은 여성의 매우 사적인 문제로서 노출된 공간인 ‘약국’이 아니라 의사와 1대 1 상담이 가능한 ‘병원’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신 위원은 응급피임약 처방 시 성생활 시기, 배란일 여부, 금기증이 있는지, 임신상태는 아닌지 등을 확인한 후 응급피임법 사용이 적합한지, 환자에 대한 선별과 이에 따른 진료가 필요하고, 약의 부작용, 주의사항, 응급시 대처방법 등을 지도해야 하며, 평소 계획을 세워 실천할 수 있는 사전피임 상담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으면,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낙태율이 내려갈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며, 여성과 초기 태아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응급피임약의 TV광고도 가능해져 10~20대 초반 젊은 여성들이 이들을 겨냥한 응급피임약 TV광고에 제한 없이 노출돼 응급피임약을 거부감 없이 자주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응급피임약을 처방전이라는 최소한의 제약조차 없이 자유롭게 복용할 수 있을 때, 콘돔, 사전피임약, 피임 시술 등 현재도 미미한 계획적 피임 실천율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연승 위원은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한 때만 복용하는 약으로써 의사 처방 및 복약지도 하에 복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kio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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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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