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도 힘들었던 벽, 삼성 바이오시밀러 보수 의료계 문턱 넘을까

셀트리온도 힘들었던 벽, 삼성 바이오시밀러 보수 의료계 문턱 넘을까

기사승인 2016-01-30 01:00: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삼성이 하면 뭐든 다르다’는 인식이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도 통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을 핵심 사업으로 챙기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라고 해도 보수적인 국내 의료계에서 바이오시밀러의 문턱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삼성의 첫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50밀리그램프리필드시린지’(이하 브렌시스)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항체의약품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효능을 갖는 복제약을 일컫는다. 브렌시스는 미국 암젠이 개발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약가 고시 등을 거쳐 지난해 말부터 브렌시스를 국내에 판매했다. 첫 처방은 지난해 12월 24일 한 의원에서 환자에게 첫 처방이 이뤄졌다. 브렌시스의 국내 상업화는 한국MSD가 담당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3년 MSD와 마케팅 협력 계약을 맺었다.

현재 생물학적 제제를 취급하는 일부 의원급 병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아직 상급종합병원에는 진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성모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현재 삼성의 브렌시스가 처방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으며, 약물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다. 한국 MSD 관계자는 “대학병원 등에 브렌시스가 아직 처방 리스트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처방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똑같은 약물이라면 오리지널 약물이 좋을까, 바이오시밀러가 좋을까. 의사와 환자들 모두 고민할 수 있다. 우선 가격 경쟁력은 바이오시밀러가 우위에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의약품 가격보다 30% 정도가 저렴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리지널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결국 안전성과 효능 측면에서 판가름 난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오리지널의약품과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경제성까지 갖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됨으로 인해 환자들과 의료보험 재정에 고민하고 있는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내수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매출 성과를 기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삼성의 국내 의료계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 성공이 갖는 의미는 상징적으로 클 수 있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수입의약품에 대해 더 신뢰하고 환자에게 처방하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처방 비율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곧 자국민이 개발한 의약품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셀트리온의 경우 국내 보수적인 의료계의 문턱을 한 때 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100억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더불어 램시마는 올해부터 국내 8개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들에 진입했다. 보수적인 가톨릭 재단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받아들인 것이다. 삼성의 브렌시스도 앞으로 충분히 국내 의료계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삼성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제약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뿐 아니라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완욱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셀트리온, 삼성 등의 기업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선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며 “다만 앞으로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뿐 아니라 중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수입하지 않고 자체 기술력으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계속되므로,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 항체의약품 시장에서의 성패를 판가름 하는 것은 결국 의약품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고 좋은 신약을 개발하는 데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vitamin@kukimedia.co.kr
vitamin@kukimedia.co.kr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