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 첫 대면조사를 마치고 29일 귀가했다. 조사를 위해 서울고검 청사에 머무른 시간은 약 15시간이었지만, 실제 피의자 신문이 진행된 시간은 5시간 5분에 불과했다. 윤 전 대통령과 내란 특검 사이 신경전이 끊이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9시55분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 청사 현관으로 들어섰다. 특검과 첫 대면이었다. 약 15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0시59분께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빠져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는 30일 다시 출석하라고 통지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경찰 신문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등 신경전을 벌여 준비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게 특검측의 입장이다. 특검은 두 번째 소환에도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마무리될 때까지 횟수 제한 없이 계속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28일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귀가 때도 그동안 줄곧 조사를 거부해온 이유와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에 대한 생각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특검 조사 전부터 지하 주차장 출입을 요구하며 장외 신경전을 펼쳤던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요구대로 서울고검 앞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박억수·장우성 특별검사보와 간단히 면담한 뒤 28일 오전 10시14분부터 시작된 체포 방해 혐 조사는 처음에는 순조로운 듯했다. 특검에서는 기존에 사건을 수사해온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신문에 나섰고,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송진호·채명성 변호사가 입회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영상 녹화에는 동의하지 않았고, 1시간가량 질문에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휴식 및 점심 식사 시간을 가진 윤 전 대통령 측은 돌연 박 총경의 신문 자격을 문제 삼으며 질문자 교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박 총경이 앞서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불법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경찰관 중 한 명이라면서 ‘가해자’에게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특검은 오후 1시 30분부터 체포 방해 및 비화폰 기록 삭제 혐의 조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대기실에서 머물며 조사실로 돌아오지 않아 무산됐다. 특검은 변호인단이 허위 사실로 수사를 방해하는 정도가 선을 넘고 있다며 변호인에 대한 수사 착수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결국 설득에 실패했고, 계획을 틀어 28일 오후 4시45분부터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의결 과정,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 방해 및 외환 혐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김정국(사법연수원 35기)·조재철(36기) 부장검사가 신문하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사에 응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약 2시간40분간 조사를 받은 뒤 오후 7시25분께 배달된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했고, 오후 8시25분부터 다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준비한 질문을 다 소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1시간25분 만인 오후 9시 50분께 피의자 신문을 종료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은 3시간 동안 조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검토한 뒤 귀가했다.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은 여러 차례 조서를 읽어보고 답변을 수정했다고 박지영 특검보가 브리핑에서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찰이 참여한 오전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서명·날인하지 않았지만, 검사가 조사한 오후 조서에는 서명·날인을 남겼다. 특별히 진술을 거부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은 조서 열람이 끝난 뒤 윤 전 대통령 측에 오는 30일 오전 9시 서울고검 청사 현관으로 2차 출석할 것을 서면으로 전달했다.
1차 조사에서 전혀 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를 비롯해, 기본적인 내용 확인만 이뤄진 국무회의 및 외환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를 2차 조사에서 다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 여부에 대해 즉답하지 않았다. 한편 계엄 전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 소환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특검보는 국무위원 조사 일정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