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치매 앱 개발에 나선 까닭

의사가 치매 앱 개발에 나선 까닭

기사승인 2016-01-30 05:28:55
짧은 상담시간 치매환자 문제행동 알기 어려워
치매 어플리케이션 백과사전 및 제2의 진료실 기능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치매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치매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섰다. 제한적 진료시간 내에 정밀한 상담이 어려운 국내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보인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는 치매환자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이 실제 진료환경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치매환자와 보호자는 정기적으로 내원해 치매질환으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어떤 문제가 나타났는지 주치의에게 자세히 설명해야한다. 경과를 보이는 치매 질환의 특성상 문제 상황에 맞는 약물이 투여하고 약물의 양을 조절해가는 것이 치료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치매환자의 문제 행동을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보호자다. 따라서 진료 의사를 만나는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호자는 진료의사에 치매환자의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 저하를 알아볼 수 있는 단서가 되는 행동이나 상황을 설명해줘야 한다. 가령 치매환자가 방금 전 양치한 사실을 잊고 다시 양치를 한다든지, 약을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든지 이러한 문제 행동은 치매의 진행도를 알아보는 중요한 단서가 되므로 주치의에게 빠짐없이 설명해야한다. 또 공격적인 행동이나 망상, 환각, 초조 등 치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고 설명해야할 부분이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진료환경은 치매환자의 정서나 비정적인 행동, 식습관의 변화 등을 보호자에게 자세히 물을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보호자는 생각나는 간단한 사실들만 진료의사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난폭해졌다거나 밤에 잠을 안 잔다는 등에 극단적인 경우만 전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진료의사는 치매를 악화시키는 요인을 다각도로 고민하지 못하고 문제가 되는 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약물만을 쓸 가능성이 높아진다. 항정신성 약물의 과용이나 보호자의 지나친 약물의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진료의사가 어플리케이션 개발이 나선 까닭도 부족한 상담시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정지향 교수는 “환자를 잘 알고 있는 보호자라도 짧은 면담시간 안에 환자의 문제행동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난 한 달간 치매환자의 문제행동을 면밀히 설명해야하는데 어플리케이션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개발될 어플리케이션을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 번째는 백과사전 기능이다. 치매환자 또는 보호자가 궁금한 것이 떠오를 때마다 검색하며 의학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병원과 연계돼 있어 실제 의료진으로부터 자문을 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록과 관찰의 역할이다. 가령 A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가 A약물의 부작용을 검색했다면 이러한 검색기록이 저장되고 진료의사는 검색기록을 토대로 환자에게서 약물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몇 가지 증상들이 나타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수면장애, 악몽 등이 검색어로 자주 등장한다면 진료 의사는 보호자를 직접 만나 그간의 검색기록을 토대로 환자의 이상정신 증상을 구체적으로 물을 수 있다. 놓치기 쉬운 행동 변화를 어플리케이션 활용 패턴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부족한 진료시간 내에 보호자의 말에 의존해야했던 진료환경에서 벗어나 환자의 증상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들을 놓치지 않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6개월 안으로 어플리케이션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진료정확도를 높이고 치매환자와 보호자에게 시의 적절한 도움이 되도록 네 차례 보완작업을 통해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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