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마치 새누리당도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13 총선을 앞두고 ‘공천 살생부’ 논란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공천 관련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제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문건이나 살생부 얘기를 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25일 한 언론이 정두언 의원을 인용, “김 대표의 측근이 ‘김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 의원 40여명의 물갈이를 요구하는 명단을 받았으며 거기에 정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인 셈입니다.
김 대표는 “저는 누구로부터 어떤 형태로든지 공천 관련 문건을 받은 적도 없고, 말을 전해 들은 바도 없다”면서 “최근 정가에 떠도는 말을 종합하면 이런 이런 말이 떠돈다고 말을 했을 따름이다. 이 문제에 대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두언 의원의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정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대표가 나한테 ‘청와대 관계자가 자기한테 살생부명단을 언급했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친박 핵심 인사도 아니고 청와대 인사라는 것입니다.
이어 “처음에는 보도 직후 전화가 왔다. 당 대표 한테 들었다는 걸, 직접 들었다고 하지 말라고 부탁하더라”면서 “그런데 내가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에 가서 ‘당 대표에게 (살생부 문건을) 직접 들었다’고 언론에 밝히니까, 다시 (김 대표로부터) 연락이 와서 ‘자기가 정두언한테 찌라시 얘기를 한거니 이에 좀 맞춰달라’고 다시 연락이 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놓고선 이제와서는 내가 자신의 발언을 과장했다고 언론에 해명하고 있다”고 김 대표의 말바꾸기를 비판했습니다.
특히 정 의원은 진실공방 양상에 대해 “평소에 누가 거짓말을 더 잘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면서 “김 대표 본인은 (살생부 논란) 기사가 나가길 원한 것 같다. 그래서 기사가 나갔는데 논란이 되니까 왜 도망가냐”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김 대표는 ‘30시간의 법칙’이란게 있다더라. 일을 저지르면 30시간을 못 버틴다고. 이번에도 그 꼴”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날 세계일보는 공천 살생부 논란에 변호사 등 2명이 개입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새누리당 핵심 인사는 “살생부 명단 유포과정에 50대 변호사와 교수 출신 모 인사가 연관돼 있는 사실을 포착했다”면서 “정 의원은 살생부 유포자로 지목된 변호사 등 2명 중 1명으로부터 살생부와 관련된 얘기를 전해 들은데 이어 김 대표로부터 비슷한 내용을 직접 들어 나름대로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공천 살생부 논란 격화에 전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굉장히 깨끗한 선거,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하는 사람이 찌라시(사설 정보지) 전달자나 찌라시 작가 비슷한 식으로 의혹을 받는 것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당의 공식 기구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정 의원에게 직접 들은 여러 상황과 대외적으론 알려지지 않은 상황까지 생각한다면 마치 ‘3김 시대’ 음모 정치의 냄새가 난다”면서 김 대표 조사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