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송중기라면 오글거려도 괜찮아

[이 형 내거] 송중기라면 오글거려도 괜찮아

기사승인 2016-03-03 00:10:56
송중기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군대 용어인 ‘다나까’ 말투가 이렇게 섹시할 줄이야. 이리 재고 저리 재는 ‘밀당’이 아닌 직설적인 화법으로 여심을 설레게 한다. “내일은 꼭 보고 싶습니다” “나랑 영화 봅시다”라면서.

‘꽃미남’ ‘미소년’의 수식어를 갖던 배우 송중기가 ‘상남자’가 돼서 돌아왔다.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KBS2 ‘착한 남자’ 이후 4년 만에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인 유시진 대위로 변신했다. 대개 배우의 갑작스러운 이미지 변신은 거부감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송중기의 변화는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첫 등장은 강렬했다. 송중기는 북한군을 상대로 단도를 들고 살 떨리는 격투를 펼치는가 하면, 부대원을 이끄는 팀장으로서 작전을 수행할 때는 군인의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그러나 강모연(송혜교)을 만난 후부터는 180도 바뀌었다. 달콤한 눈빛과 함께 진중한 목소리로 강모연은 물론 여성 시청자들까지 설레게 하고 있다. 뚫어지게 쳐다보지만 부담스럽지는 않게, 눈에서는 꿀이 떨어진다. 특히 “난 태어나서 지금이 제일 설레요. 미인이랑 같이 있는데 불 꺼지기 바로 직전”이라는 오글거리는 대사도 담백하게 소화해낸다.

송중기의 저돌적인 사랑법도 ‘태양의 후예’를 시청하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군인으로 그려진다. 자칫 뻔할 수 있는 멜로지만, 송중기가 그려낼 지고지순한 사랑법이 예상 가능한 전개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렇게 터프함과 다정함을 오고가는 송중기는 과거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통해 유시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작인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늑대 소년 철수를 연기하며 옆에서 지켜줘야 할 것만 같은 보호본능을 유발했다. 이후 ‘착한남자’에서는 사랑에 상처받은 남자가 복수를 감행하는 강마루를 연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2년의 공백이 무색하듯 송중기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히 입증하고 있다. KBS 드라마가 참혹한 시청률로 케이블에 점령당하고 있는 이 시점에 ‘태양의 후예’는 첫 방송부터 14.3%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닐슨코리아 기준) 이 같은 흥행에는 주연 송중기의 공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5월 군 제대와 동시에 ‘태양의 후예’를 선택한 점 역시 화제였다. 전역과 동시에 군인 역할을 맡은 것. 정작 송중기는 개의치 않았단다. 그는 “군인 역할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군 전역하자마자 군인 역할을 하니 더 잘하겠지 하는 시선이 부담스럽다”면서도 “다음 작품 역시 또 군인이다. 의도한 건 아니고 우연의 일치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그는 영화 ‘군함도’에서 다시 한 번 군인을 연기할 예정이다.

송중기는 데뷔 후 처음으로 상의 탈의 장면을 위해 근육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몸을 가꾸는 데 큰 비중을 두는 배우가 아니다”면서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탄탄하게 키운 명품 근육은 여심의 기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hye@kmib.co.kr

△코너명: 자랑할 이, 형 형, 어찌 내, 횃불 거.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이혜리 기자 기자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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