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미숙아 자녀와 함께 삶을 마감한 한 30대 의사 가정의 비극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부모가 미숙아(이른둥이) 자녀를 가슴에 품는 캥거루 케어가 입원기간을 보름가량 단축시키는 등 의학적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부모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옷의 앞섶을 풀고 아이와 살을 맞대고 안아주는 것이 캥거루 케어의 요체입니다.
캥거루 케어는 캥거루가 일찍 태어난 새끼를 육아낭에 넣어 키우듯, 미숙아를 품에 안아 키우는 치료법입니다. 엄마와 아기의 피부가 직접 맞닿을 수 있도록 맨 몸으로 안아주는 것입니다.
원래는 1983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인큐베이터 등 의료 설비, 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됐는데요. 최근엔 미국·EU 등 선진국에선 미숙아 치료에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2002년 미국 내 신생아 집중 치료실 1133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82%가 캥거루 케어를 실시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캥거루 케어가 체중·키 성장을 돕고 모유 수유 비율·산모의 만족도를 높이며 산모와 아기 간의 애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서입니다. 또 사망률을 줄이고 감염·저체온증 발생위험을 낮추며 병원 재원일수를 단축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실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팀이 2012∼2013년 이 병원에 입원해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 45명과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68명(출생체중 1500g 미만)의 의학적·심리적 변화를 비교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는데요.
이 교수팀은 부모 중 한 사람이 하루 1시간씩 자녀를 안아 주도록 했습니다. 부모는 블라우스·셔츠 등 앞이 트이고 미숙아 자녀의 몸통·팔을 덮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아이를 안아 주었습니다. 담요는 사용하지 않았고 기저귀·모자만 착용한 상태로 미숙아의 앞가슴과 배 부위가 최대한 부모에게 닿도록 했습니다.
캥거루 케어를 받다가 중도에 일시 중단한 미숙아는 2명이었습니다. 복부 팽만으로 인한 모유 수유 곤란과 패혈증 의심이 원인이었습니다. 이들도 증상이 호전된 뒤 다시 캥거루케어를 받았습니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의 입원기간은 평균 84.2일로,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미숙아(98.5일)에 14.3일 짧았습니다. 캥거루 케어를 받은 아이의 퇴원 때 평균 체중도 2310g으로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아이보다 160g 높았습니다.
미숙아 치료 도중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은 패혈증·무호흡·저체온증·중증 이상의 기관지폐 이형성증 등입니다. 이 교수팀은 “캥거루 케어를 받은 미숙아가 숨지거나 패혈증·저체온증이 나타난 경우는 일절 없었다”며 “무호흡은 4명(9%)에서 발생했으나 곧 자발적으로 회복됐다”고 기술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캥거루 케어를 받지 않은 아이는 11%가 패혈증을 경험했습니다.
캥거루 케어는 또 미숙아 엄마에게도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엄마의 우울감, 불안 지수가 낮다는 게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습니다.
결국 캥거루 케어가 아이의 건강, 그리고 부모의 정신적 건강과도 직결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인데요. 부모의 품은 사랑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