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국내에서 약 6500여명의 환자가 앓고 있는 희귀암이 있다. 바로 ‘다발골수종’이다. 이 희귀암은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 1959년 국내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된 이후 최근 환자수가 약 33배 늘어나는 등 기하급수적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50세 이상의 환자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년 이상의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다발골수종은 과도하게 증식한 형질세포가 골수에 축적돼 주로 뼈를 침범해 골절, 빈혈, 고칼슘혈증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다발골수종의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자주 접하는 살충제 등의 각종 화학용품, 유독성 물질, 중금속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환자들은 뼈에 침범한 암으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곤 한다. 이러한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은 애가 탄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의 고형암과 달리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은 혈액 내에 암이 침범하기 때문에 약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다발골수종 치료제로는 가장 오래된 약물인 탈리도마이드가 있으며, 이후 이 약물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효과가 높은 약물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얀센의 1차치료제 ‘벨케이드’와 2차 치료제인 세엘진의 ‘레블리미드’가 있다. 또한 국내에 허가된 신약 ‘포말리스트’가 등장해 벨케이드와 레블리미드 등 극소수의 약제에 의존했던 환자들에 치료 옵션이 확대됐다. 포말리스트는 기존 치료제 벨케이드와 레블리미드로 치료 실패한 환자들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극심한 통증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 바로 값비싼 ‘약값 부담’이다. 다발골수종은 진료비 중 약값이 50% 이상 차지한다. 그만큼 치료에 있어서 약물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보험급여 적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다보니, 위험분담제 적용 등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약물 등재가 여의치 않다.
김진석 연세대의대(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고형암이 신약 보험급여로 도입되는 데 1년이 소요된다면 다발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환자가 소수라는 이유로 보험급여가 늦어져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다발골수종 1차 약제는 벨케이드로 부작용이 있거나 재발할 경우, 2차 약제로 레블리미드를 사용한다. 이후로 병이 계속 진행되면 포말리스트를 사용하는데 대다수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으로 다른 항암제를 조합해 사용한 뒤 쓸 약이 없어지면 최종적으로 포말리스트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때 사용하면 이미 늦는다. 보건복지부의 신약 경제성 평가가 재검토돼야 하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혈액암의 특성 상 환자가 암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약물 옵션들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약물 보험급여 등재에 대한 진입장벽이 막혀있다 보니, 비싼 약값을 부담하기 어려워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다. 정부가 희귀암 환자들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희소식이 있다면 지난해 오리지널의약품인 벨케이드의 특허만료로 인해 보령제약, 종근당,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국에자이 등의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해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