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강이 엄마 “억울한 의료사고 피해자, 진실규명할 ‘통로’ 마련”

[인터뷰] 예강이 엄마 “억울한 의료사고 피해자, 진실규명할 ‘통로’ 마련”

기사승인 2016-05-18 10:48:55

국회 법사위,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 ‘예강이법(신해철법)’ 통과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예강이는 이제 떠났지만, 진실을 알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는 점에서 기쁩니다.”

의료사고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을 잃은 전예강 양 엄마 최윤주씨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지만 끝내 울먹였다. 예강이 엄마 최씨의 울음은 헛되지 않았다. 일명 ‘예강이법(또는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이 17일 격론 끝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23일 예강이 가족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지 7시간 만에 초등학교 3학년인 전예강 양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당시 예강이는 피곤증세와 함께 코피가 멈추지 않아서 찾은 병원에서 요추천자 시술을 받다 쇼크로 사망했다. 예강이의 부모는 딸의 사인을 밝히고 의료진의 잘못이 있었다면 사과를 받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조정을 신청했지만, 병원 측이 조정을 거부하면서 기각됐다. 유족은 많은 소송비용을 들여 원하지 않았던 민사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 최윤주씨는 “민사소송을 진행한 지 2년이 지났다. 지지부진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힘든데 언제 끝날지 모를 민사소송으로 피를 말리는 시간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환자가 사망을 하거나, 중상해를 입을 경우 유족들은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를 원할 수 밖에 없다. 의사와 병원이 진료기록을 보여주지 않으면 유족들은 의사의 말에만 전적으로 의지하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의료사고가 발생해 환자가 사망할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에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면 고액의 소송비용과 장기간의 소송 스트레스를 감수하고 의료과실까지 입증해야 한다. 자칫하면 수년간의 의료소송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의료과실을 입증 못해 패소까지 하면 본인 소송비용 이외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수천만 원을 낭비하는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의료분쟁조정제도가 이러한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해당 병원이나, 의사가 조정을 거부하면 기각될 수 밖에 없는 반쪽 자리 제도였다.

의료사고로 고통을 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이 된 것이 바로 ‘예강이법’ 통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17일 통과시켰다. 1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 심의 절차만 남겨 두고 있다.

이 법안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하면 의료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분쟁조정을 시작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단, 남발을 막기 위해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에 해당하는 경우로 분쟁조정을 제한한다. 여기서 중상해의 범위도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일 경우에 한한다.

2014년 10월 27일 가수 신해철 씨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의료사고로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 신해철 씨 부인 윤원희 씨와 지인 그리고 팬들이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운동에 참여하면서 제도도입에 힘이 실렸다. 이후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 이후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예강이법은 신해철법으로 더 자주 불리기도 했다.

예강이와 엄마인 최윤주씨의 외침에 하늘도 알아준 것일까. 예강이법이 통과되며, 일부긴 하지만 중상해 환자도 포함됐다. 최씨는 “하나의 큰 숙제가 풀렸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소송으로 고통을 받는 많은 환자 가족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고 전예강 엄마 최씨는 최근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한지 한 달 반도 안됐지만, 예강이법 통과를 위해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환자단체연합회, 그리고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함께 예강이법 통과를 위한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예강이가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고통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그런데 한달 반 전에 아이를 출산했어요. 우리 예강이 이후에 온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예강이는 하늘로 갔지만 이 법이 통과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피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고, 억울해하지 않게 되길 바래요. 법 시행으로 인해 평등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료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한편 ‘의료사고 사후구제법’인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의료사고 사전예방법’인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과 함께 병원을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양 날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강이법이 통과됐지만, 아직 갈 길이 더 많다는 의견도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예강이법 통과로 인해 이제부터는 사망 또는 일부 중상해 의료사고의 경우 소송이 아닌 조정을 통해 의료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물론 중상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제한적으로 허용되긴 했으나, 법이 통과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ㅏ 앞으로 자동개시제도를 운영하며 점진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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