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들었어?] 하루에도 몇 십 개의 앨범이 쏟아진다. 대한민국 가요계는 바야흐로 앨범 범람 시대. 그 중 화제가 되는 앨범을 듣고 리뷰해 본다. 5월 마지막 주의 주인공은 각자 다른 색의 솔로로 돌아온 샤이니 종현· 소녀시대 티파니·제시카다.
종현 ‘좋아’ 2016.5.24 발매 : 타이틀곡을 ‘좋아’로 선정한 것은 당연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의외이기도 한 선택이다. 종현의 장점은 리듬을 몹시 잘 타는 것과 음정이 정확하고 음역대가 넓은 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부분도 빠지지 않고 다 잘하는 보컬이다. ‘데자부’와 ‘좋아’ 모두 리듬감이 좋은 것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반면 소위 말하는 가창력에 해당하는 음역대 싸움을 하진 않는다. 이는 다분히 종현 본인의 ‘꽤 괜찮은’ 리듬감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선택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종현이 잘하는 것들을 반 정도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선택으로도 보인다. 더불어 SM엔터테인먼트의 A&R팀을 거쳤을 것이 분명한 ‘좋아’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치밀하고 완성도 있다.
놀라운 것은 ‘좋아’의 다음 트랙부터다. 노래의 시작부터 단단하게 치고 나오는 종현의 목소리는 내공부터 다른 보컬임을 방증한다.
앨범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사운드가 계속 되고 보컬은 전체적 구성 속에서 악기로서의 충실한 역할을 한다. ‘잘난 보컬을 강조하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로서 기능하는 음악을 한다’고 과거 서태지가 말한 바 있다. 아이돌 솔로 뿐 아니라 대중가요 전체를 놓고 보아도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현재 종현 뿐이다.
티파니 ‘아이 저스트 워너 댄스(I Just Wanna Dance)' 2016.5.11 발매 : 타이틀곡 ‘아이 저스트 워너 댄스’는 의도적으로 극적인 편곡을 자제하고 디테일에 집중한 티가 난다. 밀도가 매우 높은 편곡은 밋밋한 드럼베이스 사이에서 은근한 섹션들이 방심한 타이밍에 ‘툭’ 하고 나타나서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식이다.
티파니도 소녀시대에서 노래를 잘하는 멤버 중에 하나인데 앞서 언급했던 종현과 마찬가지로 보컬을 전면에 내세우는 곡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의외의 지점이다. 보통 그룹 아이돌이
솔로로 나오면 개인의 보컬 역량을 폭발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반면에 종현과 티파니는 개인의 역량 과시보다는 완성된 곡에서 보컬이 해야 하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체적 완성도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레트로 콘셉트인 앨범에서 어느 한 시대가 아닌 80년대부터 90년대 말까지의 익숙한 사운드를 고루고루 들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제시카 ‘위드 러브, 제이(With Love, J)' 2016.5.17 발매 : 티파니와는 다른 의미로 90년대 미국 사운드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드는 앨범이다. 본인이 작사로 참여한 앨범은 전체적으로 자전적인 색이 강하게 느껴진다. 앨범 전체에서 앞으로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계속 노래하는 모습은 마치 십대 소녀 같다. 제시카의 목소리는 원래도 예뻤지만 여전히 예쁘다.
자신이 속한 그룹을 탈퇴한 후 음악 외적으로 큰 이슈가 된 아티스트니만큼 가사에 부르는 본인과 듣는 팬들이 치유 받을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앨범이다. 소녀시대 시절에 들려주던 사운드와는 사뭇 다른데 현재 제시카에게 잘 맞는 옷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시카가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금 제시카와 팬들에게 필요한 희망과 치유의 표현이 이 앨범으로 발현됐지만 좋은 아티스트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면 ‘팬들 달래기’는 1회에 한해야 한다. 앞으로의 음악적 행보가 궁금하다.
★ 김땅콩의 어떻게 들었어? : 다수의 기획사, 공연 A&R팀을 거쳐 작곡을 업으로 삼고 있는 김땅콩(예명, 32)이 열흘마다 갱신되는 가요계 최신 앨범을 리뷰합니다. (정리·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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