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연진 기자] 삼성물산이 지난해 5월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 거부 주주들에게 제시한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31일 서울고등법원 민사35부는 일성신약이 제기한 주식매수청구 가격 조정 소송(2심)에서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주당 5만7234원)보다 9368원 높은 6만6602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옛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가 "삼성물산 측이 합병시 제시한 주식매수가가 너무 낮다"며 낸 가격변경 신청 사건의 2심에서 1심을 깨고 매수가를 올리라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본 1심 논리와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일성신약과 일부 소액주주는 합병에 반대하며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사달라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당시의 회사 주가 등을바탕으로 1주당 5만7천234원을 제시했다.

일성신약 등은 매수가격이 너무 낮다며 법원에 가격 조정을 신청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1월 "제시한 가격이 적정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삼성물산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 주가가 높게 형성돼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합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특수한 사정이 고려할 때 그 당시 주가는 매수가 결정의 기초로 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1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삼성물산이 지난해 상반기 제일모직과의 합병 소문 등으로 주가가 다른 건설업체에 견줘 저평가됐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1심과 2심 결과가 상이하게 나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해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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