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주름개선 목적으로 이마에 보톡스를 시술한다면 불법일까?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을 놓고 의료계와 치과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치과의사인 J씨가 환자 2명에게 미용목적으로 시행한 눈가와 미간 보톡스 시술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1심과 2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 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의료계와 치과계의 입장차는 확연하다.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의료계의 주장과 ‘치과 의료행위’에 속한다는 치과계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진행된 상고심 공개변론에서 권순일 대법관은 “전문적인 문제에 대해 사법기관에 판단을 구해야 할 정도로 공익이 있는 문제인지 의문”이라며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국회에서 먼저 논의한 후에 형벌권을 구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 측 모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치과의사의 미용목적 보톡스 시술’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불법이라는 의견이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치과의사가 치료목적으로 구강 내에 보톡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용목적으로 이마나 미간에 보톡스를 시술하는 것은 누가 봐도 치료 행와는 상관없는 일이며 의료법상으로도 합법적이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보톡스 시술은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 가능성과 대처방법 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치과의사의 경우 구강 외 안면부를 다룰만한 해부학적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인들이 각각 전문분야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치과계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법에 명시된 ‘치과진료’는 구강악안면외과, 구강내과, 치아교정과, 소아치과에 해당하며 이 중 ‘구강악안면외과’가 구강과 턱, 얼굴 부위 등 안면 전체를 다루고 있어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박영채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치과의사는 오랫동안 이갈이, 턱관절 치료 등 목적으로 보톡스를 사용해왔고, 치과약물 중 보톡스보다 위험성이 높은 약물도 큰 문제없이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미 치대 교육과정에서 많은 교육과 실습을 통해 꼼꼼히 다뤄 온 부분이다”라며 반박했다. 이어 박 이사는 “보톡스 사용에 대한 치대교육과정은 비율상으로 일반 의대의 교육과정보다 오히려 비중이 높다. 안면부는 오랫동안 치과의사들의 진료 및 연구 범위였는데 보톡스로 인해 안면부 진료가 금지되면 진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치대 교육과정도 변경해야하는 등 여러 문제가 동반된다”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견해 차이가 팽팽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어느 병원이든 실력만 좋다면 상관없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치과에서 보톡스 시술을 받는 것은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의사들 간 영역다툼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영일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의료 환경과 기술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의료환경의 변화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료된다. 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일일이 의료법에 반영할 수 없어 기존 유권해석을 토대로 판단한다”며 “‘치과의사의 미간과 이마의 미용적 보톡스 시술’에 대해서 복지부는 이미 1심과 2심에서 위법으로 판정했으며, 현재 대법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의 의견 대립은 법원의 판단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