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EU와 영국이 탈퇴협상 개시 시점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EU는 최대한 빨리 영국을 끊어내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반면에 영국은 올해 말에나 탈퇴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P통신은 25일(현지시간) EU 고위 관계자와 회원국들이 영국의 빠른 탈퇴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의 외무장관들은 이날 베를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브렉시트 절차를 빨리 이행하라며 영국을 압박했다.
앞서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에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를 떠나려는 회원국이 EU 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고 이 시점으로부터 2년간 회원국과 EU가 맺어온 무역 등을 새로 협상하도록 규정했다. 이 조약에 따라 탈퇴협상이 개시되면 2년 안에 자동탈퇴가 이뤄진다.
EU 입장에서는 충격파를 최대한 완화시켜 회원국의 추가 동요를 막기 위해 탈퇴 절차에 속도를 내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영국은 시간을 더 갖자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24일 사의를 밝히는 자리에서 “탈퇴협상은 새 총리 아래 시작돼야 한다”며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시기는 자신이 아닌 후임자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영국은 후임 총리가 교체되는 시점인 올 10월에나 탈퇴 의사를 EU에 통보하게 된다.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도 서두를 필요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영국 내에서도 국민투표 이후 집권 보수당과 야당의 혼란이 극심해진 상황이라 탈퇴 협상에 당장 나서기도 힘들다.
당장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탈퇴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탈퇴에 이르기까진 기나긴 시간이 걸린다.우선 영국이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리스본조약 50조의 발동으로 남은 27개 회원국이 영국의 탈퇴를 논의한다. 이어서 영국과 EU가 교역과 관세, 이동의 자유 등을 협상한다. 협상 초안이 유럽의회에 전달되면 최소 20개 회원국에서 이를 승인해야 한다.
2년 안에 협상이 끝나지 않을 경우 자동 탈퇴처리 되지만 만약 27개국이 모두 동의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홍석경 기자 hsk870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