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 ‘공매도 공시제도’가 본격 도입된 가운데 ‘공매도 세력’의 90% 이상은 외국계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세력은 주로 국·내외 증권사로 개인 투자자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7일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현황에 따르면 공매도 잔고를 대량 보유했다고 공시한 건수는 41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96.37%로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했다.
특히 영국계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가 248건으로 전체 59.90%를 차지해 공매도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국내 증권사는 3.62%에 불과했고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동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아샘투자자문이 국내 ‘공매도 세력’에 포함됐다.
시장별 공매도 잔액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7조6683억3400만원으로 코스닥 3조107억9300만원보다 150% 이상 많아, 공매도가 코스닥보단 코스피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증권시장에 공매도 잔액이 많이 남아 있는 종목은 ▲OCI(11.99%) ▲호텔신라(10.49%) ▲삼성중공업(9.35%) ▲현대상선(6.61%) ▲코스맥스(6.07%) 등이다. 같은 기준으로 코스닥 시장에서는 ▲셀트리온(9.28%) ▲메디포스트(5.61%) ▲바이로메드(5.32%) ▲씨젠(5.24%) ▲카카오(4.84%) 등이다.
이번 시행된 공매도 공시제도는 코스피와 코스닥 등 상장종목에 대해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 종목의 총주식수의 0.5% 이상일 때 해당 내역을 3 영업일 이내에 공시하는 제도다. 투자업계는 이번 공매도 공시 제도 도입과 관련해 외국인 등 매도세력이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보다 앞서 공시제도를 도입한 유럽과 일본은 제도 도입 후 공매도가 영향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며 “롱숏전략(매수와 매도를 동시 진행)을 구사하는 외국인과 헤지펀드 운용에 일정부분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강 연구원은 “이번 제도로 공매도 세력이 개별종목에 대한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 전략을 펼칠 수 있지만 당장 주가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공매도 공시는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시행이 예고된 사안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불법이나 부정이 없다는 전제하에 공매도도 합법적인 투자 전략 중 하나다”며 “한편으론 과도한 규제에 따른 시장 위축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공매도 특성 상 이번 공시제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섞인 주장도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 거래 성격과 투자자별 종목 차입제약 등을 고려했을 때, 개인 투자자에게 상당히 불공평한 게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결국 이번 공매도 공시법은 외국인 투기자본을 규제함과 동시에 개인 투자가의 공매도 관련 잠재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안전장치 성격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3년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높은 종목의 특징을 살펴보면 ▲외국인 보유비중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업황과 실적부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즉 외국인이 충분한 대차물량이 확보 가능하고 이미 내부사정을 잘 아는 기업에 있어 구체적인 매도 징후가 포착됐을때 공매도에 나선다고 추정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매도는 말 그대로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홍석경 기자 hsk870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