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의원 중심’ 아닌 ‘환자 중심’ 만성질환관리제가 정답

[안기종의 환자샤우팅] ‘의원 중심’ 아닌 ‘환자 중심’ 만성질환관리제가 정답

기사승인 2016-07-19 09:48:42
글·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 관리에는 여러 모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와 의료계가 추진하거나 사범시업하고 있는 모형은 오로지 의원 중심의 만성질환관리제다.

나는 우선 ‘의원 중심’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안 든다. 다음으로 ‘의원이 만성관리의 주체’라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만성질환 관리의 주체는 ‘의원’이 아니라 ‘환자’여야 한다. 의원은 환자의 만성질환을 돕는 역할을 하는 보건의료기관 중 하나에 불과하다. 환자가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돕는 역할은 의원 이외에도 약국, 보건소 등에서도 할 수 있다.

의원이 검사, 처방, 환자 눈높이의 쉬운 설명으로 돕는다면, 약사는 조제와 복약지도로, 보건소는 운동이나 영양 지도 등으로 도울 수 있다.

이 뿐 아니다. 현대장비와 IT기술과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환자의 만성질환 관련 각종 정보를 측정해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렇게 분석된 정보로 환자가족 중 누군가는 부모나 배우자나 자녀의 만성질환 관리를 도와줄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 만성질환 관리란 본인의 질환을 정확히 알고, 혈압이나 당뇨 등의 수치를 기록하고, 이상이 있을 때는 바로 의원에 가고, 정상적일 때는 정기적으로 의원을 방문해 검사하고, 처방받고, 약국에서 조제한 약을 정해진 시간에 정확한 용량으로 꼬박꼬박 먹으면 된다. 여기에 적절한 운동과 음식 조절을 하면 된다.

이러한 ‘환자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컨텐츠를 문서, 만화,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환자를 교육해야 한다. 

의원에서 환자의 만성질환 관리를 잘 하도록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쓰는 것도 필요할 수 있겠으나 스마트폰 시대에 만성질환 환자를 잘 교육해 자가관리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비용 효과적이다. 이에 더해 만성질환 환자의 가족들이 환자의 만성질환 관리를 돕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어쨌든 만성질환 관리를 잘 되지 않는 일명, ‘불량 환자’도 만성질환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도록 의원, 약국, 보건소, 환자가족 등에 의한 촘촘한 그물망 지원이 필요하다. 의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나라 고혈압·당뇨 환자 수는 약 800만 명이고, 연간 진료비는 4조 3,000억 원에 이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당뇨병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8명)의 1.4배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만성질환 관리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만성질환 관리를 ‘의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확 바꾸어야 한다. 정부의 만성질환 관리 정책 방향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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