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논란이 뜨겁다. 국방부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경북 성주의 공군 호크 미사일 부대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 문제 등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전에 아무런 설명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정부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입지결정 방식을 보면서 필자의 지역구인 강정마을을 떠올리게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국민적 동의나 주민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강행됐고, 이 결과 강정마을은 찬성과 반대, 둘로 쪼개지면서 지역 공동체는 파괴됐다.
강정마을은 지난 2007년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공식 추진된 이후 주민동의 절차 미흡, 일방적인 공사 강행 등으로 수많은 전과자가 양산됐고, 해군기지를 찬성한 주민과 반대한 주민들이 서로 등을 지고 제사와 명절까지 따로 지내는 등 대표적인 갈등사례로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됐고, 박근혜 대통령은 준공식 축전에서 “오늘 준공식이 그 동안의 갈등을 극복하고 지역사회와 상생 화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주민 등 121명을 상대로 건설공사 등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34억원 상당의 제주해군기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역 주민들은 정신적인 충격과 공황 상태에 빠지는 등 더 큰 갈등으로 증폭되고 있다.
10년 가까이 강정 주민들은 아픔과 고통을 겪었고, 이것도 모자라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한 것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등으로 오랫동안 갈등과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정부가 갈등 해결이나 공동체 복원에 나서지도 않고 심지어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아 참담할 따름이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다른 소수자의 의견이나 행위에 대해 최대한 존중하면서 이를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국책사업 일수록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해군기지 건설이나 사드 배치처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도 주민 동의를 얻는 등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권도 일정부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후유증이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국민과 주민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내린 결정은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나 저항은 증폭될 수 있다.
정부의 군사작전식 입지결정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능력이 필요하다.
국민을 위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을 힘들고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된다.
양병하 기자 md594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