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맛 떨어졌나?” 원두커피에 밀린 커피믹스의 굴욕

[봉기자의 호시탐탐] “맛 떨어졌나?” 원두커피에 밀린 커피믹스의 굴욕

기사승인 2016-07-21 11:53:40

 

김민희 아나운서▷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죠. 봉기자의 호시탐탐 시작합니다. 조규봉 기자, 오늘 주제 알려주시죠.

조규봉 기자▶ 식사 후 커피 한 잔의 대명사였던 커피믹스. 아마 그 노란 봉지 모르시는 분 없으실 겁니다. 물론 요즘에는 믹스보다 원두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요. 이상하게도 믹스커피를 마시는 분들은 그만의 매력에 빠져 거의 중독 돼 있는데요. 과연 커피믹스가 가진 마력은 무엇인지. 또 앞으로 그 인기가 이어질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오늘 주제인 커피믹스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유명하죠?

조규봉 기자▶ 최고죠. 특히 최근 들어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은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요. 지난 10년간 국내 커피 산업의 추세를 보면요. 국내 커피 총 소비량에서 커피 한 잔에 사용되는 커피 양을 10g으로 계산하여 환산해볼게요. 그렇게 되면, 20세 이상 성인이 마신 연간 커피소비량은 2013년 약 298잔이고요. 2014년 약 341잔, 2015년 약 384잔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중 커피믹스는 한국 커피 수요에 있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십 년 전, 그러니까 2006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커피믹스와 커피 음료를 포함한 인스턴트커피가 전체 커피 소비량의 95%를 차지했고요. 원두커피가 5%를 차지하였는데요.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인스턴트커피 비중이 34% 미만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 나머지는 커피전문점의 커피를 포함한 원두커피가 차지하였죠.

김민희 아나운서▷ 몇 년 사이에 그 판도가 바뀌었네요. 하지만 여전히 믹스커피 소비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봉기자,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커피믹스를 마시게 됐나요?

조규봉 기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커피믹스가 생산된 건 1976년입니다. 사실 그 전까지 커피는 상류층의 사치품이었고요. 알려진 것처럼 나라를 잃고 슬픔에 빠진 고종 황제가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즐긴 것이 바로 이 커피잖아요. 그런데 1976년에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를 선보였고요. 1980년 커피 브랜드 맥심(Maxim)을 탄생시키면서 커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죠. 커피가 사치품이 아닌, 온 국민의 휴식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휴식 메이트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오래된 역사만큼 그 인기도 여전하죠?

조규봉 기자▶ 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단일 상품 1위가 바로 동서식품의 맥심 커피믹스입니다. 그 인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죠. 커피믹스 그 다음이 라면일 정도로 커피는 대중적인 인기 식품인 건데요. 우리나라에서 특히 발달된 커피믹스는 맛도 좋은 편이라서요. 사실 맛 때문에 마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5000원 하는 짜장면 값보다 비싼 커피도 많은 요즘. 과연 커피믹스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지. 봉기자, 어떤 점이 커피믹스 마니아들을 지키고 있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앞서 짜장면보다 비싼 커피라고 하셨죠.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커피 값.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커피믹스 한 봉지 값. 얼만지 아십니까? 대략 130원 정도입니다. 천 원으로는 과자 한 봉지 사먹지 못하는 요즘 백 원대로 마실 수 있는 건 아마 믹스커피 뿐일 겁니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 가벼운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거죠. 또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렇게 간단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밖에서도 보온병의 따뜻한 물과 종이컵만 있으면 한 잔의 커피를 즐길 수 있잖아요. 정수기나 커피포트가 있는 시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맞아요. 그 간단함도 무시를 못하죠. 중년층에서는 등산갈 때 가방에 보온병과 스틱 몇 개 꼭 챙겨 가시잖아요.

조규봉 기자▶ 네. 믹스커피 스틱 하나에는 커피와 크리머, 설탕이 이상적인 비율로 배합돼 있기 때문에요. 매번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는 수고를 줄이고.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입니다. 또 요즘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설탕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고요. 특히 스틱형 커피 포장을 쉽게 뜯을 수 있는 포장은 편의성을 극대화한 아이디어로 꼽히고 있어서 더 인기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커피믹스가 최근 원두커피에 밀리고, 또 거기에 최근 정부 당류 저감 정책까지 더해지며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봉기자,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위기라는 주장을 완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국내 커피믹스 시장 규모는 그간 1조 원대를 지켜왔거든요. 전체 4조 원 대 국내 커피 시장에서 커피전문점의 2조5000억원 가량에 이어 가장 큰 영역을 차지했었죠, 그런데 지난 2012년에 1조238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주춤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가공식품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요. 커피믹스 시장은 2013년 1조1665억원, 2014년 1조565억원 등으로 해마다 감소했고요. 또 지난해에는 업계 추정 1조200억원 선까지 내려갔거든요. 결국 3년 새 18% 가량 시장이 줄어든 것이죠.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다간 올해 1조 원 대 벽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아직까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요. 그래도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커피믹스 시장이 왜 흔들리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원두커피를 판매하는 커피 전문점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고요. 또 몇 년 전,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출시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도 한 몫 합니다. 인스턴트커피는 그냥 알커피라고 하는 커피라고만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원두커피가 나왔잖아요. 그렇게 카누는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인기에 커피믹스가 눌린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나름 동서식품에서 전략을 세운 것일 텐데요. 아무리 카누가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맥심 노란 봉지의 인기를 꺾을 수 있을까요?

조규봉 기자▶ 아무래도 그건 어렵죠. 그 규모 자체가 커피믹스 시장의 10% 수준에 불과하거든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2012년 200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으로, 3년 새 6배가량 급증했거든요.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네. 믹스커피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 또 어떤 것이 있나요?

조규봉 기자▶ 커피믹스 업계 주요 거래처 중 하나인 커피 자판기가 급감하고 있는 점인데요. 자판기의 급감은 커피믹스 시장 위축의 단면을 드러내는 지표와도 같거든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대형 커피 자판기는 물론이고요. 한때 음식업소에서 인기를 끈 미니 커피자판기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식사 후 커피전문점에 들러 커피를 구매하기 때문에 커피믹스가 외면 받고 있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봉기자, 믹스커피의 위기. 어떻게 극복이 가능할까요?

조규봉 기자▶ 일단 업체들은 단 맛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사실 커피믹스하면 텁텁할 정도로 단 맛이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그 단 맛을 줄인다는 것이죠.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당 함량을 스틱 당 6g에서 4g으로 33%가량 줄였고요. 동서식품도 자일리톨과 벌꿀을 넣어 당을 30%가량 줄인 맥심 모카골드 S를 출시했습니다. 이어 칼로리를 줄인 맥심 1/2 칼로리도 내어놓았고요. 롯데네슬레코리아 역시 설탕 함량을 줄이고 아카시아 꿀을 첨가한 네스카페 신선한 모카 허니 골드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단 맛을 줄이고 건강을 생각하는 제품이 나온다면 소비자들의 마음도 다시 돌릴 수 있겠죠.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커피믹스가 부디 이 위기를 극복해서 다시 사랑받았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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