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신규 분양할 때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시장은 분양권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자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청약 경쟁률만 뻥튀기 시키는 경우가 많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실제 계약률은 이보다 현저히 낮아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대형건설사가 분양했던 단지 중 대량의 잔여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는 곳은 'e편한세상 한숲시티'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9월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공급했지만, 1년여가 가까운 지금도 전체 6725가구 중 상당수가 집주인을 찾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숲시티의 경우 초기 계약률이 20%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계약 성적이 저조했다"며 "현재 약 80% 정도 계약이 완료돼 20%정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2011년 4월에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에 분양한 '용인 행정타운 두산위브' 역시 전체 1293가구 중 미분양 가구가 80% 넘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이 지난 3월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공급한 '일산 에듀포레 푸르지오' 역시 전체 1690가구 중 10% 정도가 분양되지 못한 것을 추정된다.
이처럼 계약률이나 미분양 물량 등의 정확한 수치는 추정만 할 수 있을 뿐 건설사는 '영업기밀'이란 이유로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 계약률은 수요자가 건설사와 계약을 한 뒤에야 알 수 있어 관련 통계는 반드시 건설사를 통해야만 집계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계약이 지지부진한 부분을 굳이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건설사들은 현행법상 굳이 계약률을 공개해야 할 의무도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계약일 이후 6개월쯤 지나도 미분양이 쌓이면 각종 옵션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무이자 혜택 등을 늘리고, 준공 후에도 남아있는 물량은 분양가를 깎아주기도 한다.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자 청약경쟁률뿐 아니라 계약률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현행 청약경쟁률은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돕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에 대한 최초 분양 계약을 하는 거래 당사자는 시·군·구청에 부동산 거래 내역을 신고하도록 한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신고 대상은 주택법에 따른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30가구 이상 단독주택, 30실 이상의 오피스텔과 상가 등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국토부는 법안이 시행되면 아파트, 상가 등의 실제 계약률은 물론 어느 정도 할인해 팔았는지 등 분양 시장 실태를 지금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계약률 공개는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방향은 맞다"며 "다만 개별 단지별로 정확하게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으면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