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의료를 만나다①] 3D프린팅, 두개골 뼈 이식에 활용...한 번에 뚝딱 아냐

[3D프린팅 의료를 만나다①] 3D프린팅, 두개골 뼈 이식에 활용...한 번에 뚝딱 아냐

기사승인 2016-08-09 09:16:27

[편집자 주] 무엇이든 3차원 입체로 복사할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3D프린팅 기술은 단순한 모형뿐만 아니라 인체조직까지 구현이 가능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세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미래유망기술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3D프린팅 기술이 수명연장과 의료산업 전반에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대한 기대한다. 쿠키뉴스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이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획-3D프린팅 의료를 만나다]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최근 중앙대병원에서는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두개골 수술에 성공했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 출혈’로 입원한 최모씨는 입원 당시에 부풀어 오른 뇌혈관이 터지지 않도록 두개골 뼈를 제거했다. 이후 부푼 부위가 줄어들자 3D프린터로 스캔해 최씨의 뼈와 뇌내의 공간에 꼭 맞는 인공뼈를 만들어 채워 넣는 수술에 성공한 것이다. 최씨의 사례를 통해 3D프린팅이 의료에 접목되고 있는 현황을 알아보자.

◇기술이 더 정교해진 세상

3D프린팅 기술은 1984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됐다. 초창기에는 제품 모형이나 시제품 제작 등 지극히 제한된 분야에만 사용됐으나 이제는 그 기술이 의료에 접목될 수준으로 발전됐다.

최씨가 받은 두개골 수술도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기존의 골 시멘트나 자가 뼈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술은 환자에게 맞는 모양을 만들거나 뇌 내의 빈 공간을 완벽하게 채워주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면역거부반응이나 염증 등의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최씨의 경우,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서 수술 방식 및 결과를 한층 업그레이드 했다. 환자의 두상에 맞춰 인공 두개골을 대칭되게 만들었으며, 수술로 꺼진 공간도 채워 염증의 위험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기존보다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장점을 더했다.

이외에도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뼈와 핏줄, 장기 등 신체조직을 재현하고 실제 치료 등에 사용하는 것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로봇처럼 신체부위를 교체해 사용하는 상상이 조금이나마 현실에 가까워진 것이다. 

◇한 번에 뚝딱 아냐...여러 번 점검 거쳐 

남편 김씨는 “첫 번째 수술인 만큼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신기술이라고 하나 내 가족이 첫 번째 대상이 된다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의대생인 아들의 입을 통해 이미 보편화된 외국의 사례와 안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개 ‘프린터’이라고 하면 인쇄용으로 사용하는 복사기를 떠올리며 클릭 한 번에 형체가 구현되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체에 적용하는 3D프린팅의 경우, 결코 한 번에 ‘뚝딱’ 만드는 일은 없다.

남편은 최씨의 수술을 결정하고, 실행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짧지 않았다고 말했다. 먼저 두상을 스캔하고, 제작, 그리고 실제 머리뼈와 비교하고 수정하는 등 준비과정이 꼼꼼하게 진행됐다.

수술을 담당한 권정택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술을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꾸준히 논의하고 조율해오면서 어떤 방법이 가장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수술시기, 부작용 여부 등을 고려해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료’가 관건, 신소재 연구 계속돼야

현재 의료계에서는 3D프린팅을 이용한 뼈 대체 수술 외에도 혈관, 인대, 장기 등 인체 조직 대체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의 장점은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며, 강도와 표면의 질감, 정확한 모양 등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이라도 변변찮은 재료로 만들면 조악해지기 쉽다.

권 교수는 “3D프린팅 기술을 의료에 활용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소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무척 중요하다”며 “이전에 3D프린팅을 이용해 만든 인공 신체로 해부학실습을 해봤지만 실제 신체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모양을 그대로 복사할 수는 있으나, 실제 인체 조직의 느낌이나 세밀한 부분 등을 재현하는 수준까지 이르려면 그에 따른 재료와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3D프린팅으로 만든 결과물을 인체에 직접 적용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조직의 구현뿐 아니라 인체의 면역반응과 부작용 등의 고려도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의료에 있어 3D프린팅의 성공여부는 ‘소재 개발’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술, 그 이후에는  
권 교수는 “최씨와 같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 출혈’로 입원하는 경우에 3분의 1은 즉사하고, 나머지는 심한 후유증을 겪기 쉽다”고 말했다. 최씨 또한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의식불명상태를 보였다.

수술을 마치고 현재 최씨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은 어려워 외부에서 자극을 주는 도수치료 등 수동적인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남편 김씨는 “아내가 수술 후에 눈동자도 또렷해지고, 눈빛으로 반가운 기색도 보인다”며 “완전히 회복된 후에는 함께 통영, 여수가 있는 남해안으로 여행을 가고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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