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문냉방(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영업 단속에 대해 상인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단속이 시작되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점 대부분은 출입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상점 직원들은 거리에서 더위와 싸우며 호객행위에 열중했다. 간혹 문을 열어둔 곳도 있으나 모두 에어컨을 끈 상태라 내부가 후덥지근했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개문냉방 영업장에 대한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단속은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개문냉방 영업 사업장에서는 문을 닫았을 때보다 3~4배의 에너지를 더 소비한다. 그러나 상인들은 에너지 낭비보다 당장의 매출 하락이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직원 강성(25)씨는 “날이 더워 가게 문을 닫아 놓으면 매출이 떨어진다”며 “차라리 과태료를 감수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종업계 관계자 김모(29‧여)씨는 “에어컨을 끄고 문을 열면 손님들이 들어왔다가 곧바로 나가버린다”며 “더운 곳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손님들이 떠나서 생기는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으로 남는다”라고 한탄했다.
의류매장 점주 한송연(27‧여)씨는 “누진제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이 커지자 정부에서 상점들을 단속하는 것 같다”며 “차라리 가정용 누진세를 낮추는 편이 더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단속한다고 얼마나 가겠나. 단속이 끝나면 다시 문을 열고 영업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이 많을수록 더 높은 요금을 내야 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 누진제는 가정용 전기 요금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산업‧상업용 전기는 제외 대상이다. 그러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은 전체 전기 사용량 중 13%에 불과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상인은 출입문 개방이 매출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호객행위에서 끝나지 않고 상품구매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맞기 위해 상점의 문을 열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액세서리 매장 직원 정유정(23‧여)씨는 “지나던 길에 더위를 피하려고 들어온 손님이 물건을 구매하고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물건들의 가격대가 낮은 편이라 우선 손님을 매장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가방 가게를 운영하는 윤모(30)씨는 “(가게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와야 고객들이 걸음을 멈춘다”고 말했다.
윤씨는 “고객들이 밖에 서서 가방의 가격, 재질 등을 물어온다”며 “누가 더운 곳에서 가방을 구경하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화장품 업체 관계자인 이주연(29‧여)씨는 “오후에 문을 열어두면 매출이 증가하는 편”이라며 “실적이 부진한 날은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는다”고 밝혔다.
서울시 중구청 환경과는 이날 오후 2~4시까지 명동 거리의 사업장들을 상대로 단속에 나섰다. 단속에 적발된 상점은 총 6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문냉방 영업 단속이 아직 계도기간이라 경고만 하고 돌아왔다. 이날 과태료를 부과한 곳은 없다”고 밝혔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