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홍준표(62) 경남도지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위해 마련된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훼손했다”며 “과거 공천혁신을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업의 자금을 불법 수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검찰은 엄창현 남해대학 총장과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자금 전달책이었던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하려 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엄 총장은 “(홍준표 보좌관이던) 나경범과 협의해서 경선 자금으로 (1억원을) 썼다고 정리해줄 수 있느냐”며 “최종적으로 홍 지사가 돈이 들어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은 “당 차원에서 나경범에게 돈을 줬다고 얘기하면 윤승모도 단순 전달자가 될 수 있다”며 “당에서 변호사 선임을 포함해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윤 전 부사장을 회유했다.

이어 검찰은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당에 낸 기탁금 1억2000만원은 아내의 대여금고에 있던 비자금이다”는 홍 지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검찰은 “오만원권이 발행된 2009년 6월23일 이전까지 대여금고 안에는 일만원권으로 3억원이 보관되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금고의 크기가 3억원을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지사는 “오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모두 (오만원권으로) 바꿔서 보관했다”고 답했다.

홍 지사는 앞서 검찰이 제기한 의혹들 역시 모두 부인했다.

그는 “밑의 사람들을 모아서 ‘내가 돈을 안 받은 것으로 하자’고 했을 리가 없다”며 “만약 내가 관여됐다면 (일 처리를) 어설프게 했겠나?”라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의 녹음 파일 역시 본인과는 무관함을 밝히며 “내가 무사해야 다른 친박계 의원들도 안전할 것으로 판단해서 (김해수가) 윤승모와 통화한 것 같다”며 “김해수는 나와 직접 통화하거나 만날 위치의 사람이 아니다. 감히 내게 와서 얼쩡거리지 못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2011년도에 윤 전 부사장과는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음을 주장했다.

윤 전 부사장과 주고받은 이메일 기록에 대해서 “2011년도에 윤승모가 ‘홍준표 캠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면 이메일을 보내지 않고 내게 직접 와서 말했을 것이다. 이메일 기록이 많을수록 나와 가깝지 않았다는 증거다”고 일축했다.

최후 변론에서 홍 지사는 “나와 상관없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휘말려 1년6개월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긴 시간 동안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해 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1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윤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윤씨가 자신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한 점, 일평생 기자로서 성실하게 근무한 점, 피고인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벌금형 등의 관대한 판결을 선고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윤 전 부사장을 통해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윤 전 부사장은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지난해 7월2일 공범으로 기소됐다.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8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