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승희, 정진용 기자] “노무현이 살린 김천을 박근혜가 죽이는구나”
한반도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제3후보지로 경북 김천시 율곡동 김천혁신도시(혁신도시)와 인접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성주CC 골프장’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김천 내 투쟁 단체들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천시민들은 완공된 지 1년여가 지난 혁신도시가 ‘유령도시’로 변모할 것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드 배치 제3후보지로 떠오른 성주골프장은 지리적으로 성주군에 속하지만 거리상 김천시와 밀접한 곳이다. 다른 후보지인 금수면 염속산과 수륜면 까치산과 달리 성주골프장은 고도가 높고 도로와 전기시설이 이미 마련되어 있어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이에 골프장과 가까운 농소면과 남면, 혁신도시에 거주한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김천시 사드 배치 반대 단체들은 정부에 대한 시각에서는 공통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사드 배치 전면 반대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고수했다. 단체들의 기조는 ‘골프장 사드 배치 반대’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로 나뉜 상태다.
23일 경북 김천시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전면 반대를 주장하는 ‘김천사드배치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김옥겸(54) 농소면 사무국장과 ‘율곡동 사드반대대책위원회’ 김서업(49) 사무국장, 골프장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김천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 위현복(55) 전 공동위원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다음은 3명과의 일문일답.
―새누리당 지지에 대한 변화가 있나
김서업 “그렇다. 핵에 맞아서 죽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죽을 것 같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방 분권화를 통해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고 10개의 혁신도시를 지정했다. 김천시는 혁신도시 중 선두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김천의 머리맡에 사드를 배치하는 꼴이 됐다. 우리끼리는 ‘노무현이 살린 김천을 박근혜가 죽이는구나’라고 말한다. 김천 시민들은 이제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찍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을 만나면 ‘때려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위현복 “당연히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들여온 혁신도시를 박근혜 대통령이 망하게 하는 꼴이 됐다.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철우 의원 역시 욕을 많이 먹고 있다. 시민들이 무서워서 이 의원은 집회에 나오지도 못할 정도다”
―정부의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옥겸 “사드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정부에서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사드 배치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드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국민과 대화를 나눴어야 했다. 그러나 어떠한 자료나 대화도 없었다”
위현복 “정부는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 전에 국민이 (사드 배치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삼을만한 객관적인 정보들을 충분히 제시했어야 했다. 제대로 된 정보도 주지 않은 채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사드와 관련된 온갖 괴담이 도는 것 아닌가”
―성주 군민이 이기적이라는 일부 여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김서업 “동의하지 않는다. 성주 촛불시위 현장에 갔었다. 성주 시민들은 ‘우리에게도 나쁜 걸 다른 지역에 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는 성주와 김천만의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단순히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일 문제가 아니다”
위현복 “(성주에서) 지혜롭게 해결했다. 성산포대가 아닌 지역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기에 제3후보지도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다른 곳을 선택할 여지를 성주에서 제시한 것이다. 김천시도 (성주처럼)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곳을 제안해야 한다. 혁신도시 근처만큼은 꼭 피해야 한다”
―님비(지역이기주의·NIMBY) 현상으로 번진다는 우려가 있다
김옥겸 “오히려 언론이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천시의 인구밀도가 적은 곳에 사드를 배치하고 대구 공항 이전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가 대구 공항을 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 대구에서도 필요가 없어서 보내는데 김천이 받겠나?”
위현복 “현대사회에서 자기와 무관한 일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김천시와 거리가 먼) 염속산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김천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설까 싶다. 몇몇 사람들은 님비를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님비는)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데 미쳤다고 사람들이 행동하겠는가. 이해관계 자체가 하나의 명분이다”
―롯데 골프장에 사드배치가 확정된다면 어떤 대응을 할 생각인가
김서업 “골프장 배치 확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렇게 지역끼리 편을 가르고 배치 지역을 폭탄 돌리듯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성주와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 사이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누가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위현복 “시민들은 골프장에 사드 배치가 확정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공식 발표가 나기도 전부터 필사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김천시의 요구방안이 구체화 될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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