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드라마 ‘천일의 약속’, 소설 ‘엄마를 부탁해’ 세 작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여주인공이 모두 ‘치매 환자’라는 사실이다. 치매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급증하는 치매, 남성보다 여성 발생 높아
현대 사회에서 치매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2분마다 한 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약 65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662만 4000명(전체 인구의 13.1%)인 고령화 사회에 속하는데, 내년엔 노인 인구가 14%를 육박하는 고령 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노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치매 환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자료에 의하면 치매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1년 약 29만명에서 2015년 약 46만명으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환자가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매는 성별 구분 없이 발생하나 유독 여성의 유병률이 높다. 심평원의 자료에 의하면 치매로 진료 중인 환자 중 여성 환자는 무려 72%를 차지하는데, 이는 남성 환자와 약 2.5배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윤지영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에 여성이 취약한 이유는 남성에 비해 평균 기대수명이 6.5년 더 길어 절대적으로 고령 인구수가 많고, 과거 남성에 비해 학력과 사회활동 정도가 낮으며 그에 따른 대뇌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노화로 인한 신경 세포 기능 저하의 보상이 상대적으로 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교수는 “또한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 분비 저하로 인해 에스트로겐의 신경계 손상에 대한 보호 작용이 중단되는 점도 치매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치매 원인 다양…젊은 층도 주의해야
치매의 원인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여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후에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가 가장 대표적인 원인에 속한다. 치매 원인 질환은 연령 구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심평원 자료(2015)에 따르면 50대 이상 환자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이 72.2%로 독보적이나, 50세 미만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이 39.9%, 혈관성 치매가 26.9%로 양분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비교적 소수이지만 젊은 층에서도 퇴행성 또는 혈관성 치매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대사 질환, 만성 간질환 등에 의한 치매는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으나, 대부분의 치매는 한 번 발병해 진행되면 본래 상태로 회복이 쉽지 않다. 따라서 평소 치매 예방에 힘쓰고, 가족의 행동 변화에도 귀 기울여 조기 발견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능력, 수행력, 집중력 등의 인지 기능 장애, 이상 행동과 불안, 초조, 우울 등의 심리 증상, 일상생활의 능력의 손상이다.
대표적으로 ▲최근의 대화 내용을 반복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사건의 힌트를 줘도 기억 못할 때 ▲평소와 달리 표현이 불분명하고 단어를 잘 생각하지 못할 때 ▲길을 잃고 방향을 헤맬 때 ▲ 예전에 비해 일을 추진하고 수행하는 능력이 떨어질 때 ▲본래 성격과 달리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집에만 있거나 반대로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거나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보일 때에는 치매 증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다만 이외에도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매 의심되면 평소 진료보던 의사와 상의
치매의 증상과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러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초기 치매와 건망증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 치매가 의심되는 사람이 있거나 본인이 치매인지 걱정이 될 때는 평소 자주 진료를 보는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후 의사와의 상담 결과에 따라 치매 관련 전문 의사의 진료를 받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치매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치매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적인 치료로 나뉘며, 증상 완화와 병의 급속한 진행 억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윤지영 교수는 “치매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보다는 보호자가 치료 주체가 되는데, 초기 치매인 경우 환자는 스스로 치매 걱정을 하다가도 증상이 심해지면서 치매를 부정하며 치료를 거부하고, 보호자는 치료를 해도 환자의 증상에 차도가 없다며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만큼 치료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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