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폭등? 채소에 비하면 새발의 피”

“과일값 폭등? 채소에 비하면 새발의 피”

기사승인 2016-09-13 20:06:13

[쿠키뉴스=이승희 기자] “왜 자꾸 과일값 올랐다는 기사들만 나온대? 진짜로 올리라고 부추기는 거야, 뭐야?”

전통재래시장 상인들은 과일 가격과 관련된 기사들에 대해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해당 보도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까 우려해서다.

추석을 앞둔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시장의 청과상들은 물건마다 가격이 적힌 종이를 올려뒀다.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은 이따금 발길을 멈추고 종이를 통해 판매가를 비교했다. 

몇몇 손님들은 주인과 흥정에 나섰다. 그러나 비싸다고 볼멘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정도는 예상했다는 얼굴들이다. 

상인들은 올해 추석도 예년과 과일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언론이 과일값의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상인 김모(52‧여)씨는 “시세는 작년과 비슷하다”며 “TV를 틀면 가격이 올랐다는 기사들뿐이라 요새는 뉴스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포도만 하더라도 등급에 따라 값이 제각각인데, 뉴스에서는 한 가지 가격으로만 나오니 미칠 노릇”이라며 “판매가가 상승했다는 기사들 때문에 오려던 손님들마저 발길을 돌릴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 추석 차례상 비용은 재래시장을 기준으로 25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1만7000원 오른 가격이다.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와 배의 판매가 역시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청량리시장의 한 상점에서 가장 큰 사과는 개당 3500원, 배는 개당 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사과를 판매하는 김모(66)씨는 “과일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히 사과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시장에서 과일을 취급하는 이응복(56)씨는 “명절을 앞두고 시세가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정도”라며 “부담이 크지 않아 필요한 손님들이 많이들 사 간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상인은 채소값의 폭등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지역의 배추 생산량은 평년보다 30%정도 감소했다. 폭염이 계속되며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채소들의 출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감소한 공급량과 추석을 앞두고 증가한 수요량은 서로 맞물려 채소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온라인 가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시금치는 1kg당 308%, 상추는 1kg당 77.5%, 풋고추는 100g당 104% 상승한 가격을 보였다. 재래시장 기준으로 무(1개)는 작년보다 66% 증가한 2500원, 배추(1포기)는 3배 증가한 1만원에 거래됐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장을 보러 온 정미자(50‧여)씨는 “김치를 담그려고 배추를 두 포기 사려다 가격을 듣고 관뒀다”라며 “차라리 사서 먹는 편이 저렴할 것 같다”고 답했다.

주부 이모(52‧여)씨는 “그나마 작은 배추를 골라 7000원에 샀다”며 “추석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가겠지만 당장 필요하니 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채소값이 너무 올라 과일값은 오른 것 같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서모(59‧여)씨는 “과일을 함께 판매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채소에 가격을 써두었더니 손님들이 가게에 들르지도 않아 결국 가격표를 치워버렸다”고 밝혔다.

aga4458@kukinews.com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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